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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佛 핵무기, 유럽 방위에 쓰일 가능성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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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8 09:44:14 수정 : 2024-04-28 10: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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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EU 유일 ‘핵 보유국’ 된 프랑스
러시아의 핵 위협 가중에 ‘프랑스 역할론’ 비등
독일 정계 원로 "프랑스 핵무기로 러 견제해야"

프랑스가 유럽 공동방위에 자국 핵무기가 쓰일 가능성을 열어 놓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프랑스는 EU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가 불안해지면서 독일 등 EU 회원국들 사이에선 ‘프랑스의 핵무기로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은 지난 25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유럽 안보를 주제로 대학생들에게 강연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유럽의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해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보유한) 핵무기가 유럽 공동방위에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관계국들과 회의를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그 특수성(specificity)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유럽 방위에도 더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1960년대 샤를 드골 대통령 시절 핵실험에 성공하며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러시아에 맞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는 프랑스는 물론 미국과 영국까지 3개의 핵무기 보유국이 있다. 그런데 나토를 위한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미국·영국·프랑스 3국은 서로 다른 원칙을 갖고 있다. 미국은 나토 일부 동맹국에 핵무기를 배치해놓고 있으며, 유사시 나토와 공동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 영국은 나토와 공동으로 핵무기를 쓸 의지는 있으나 모든 핵무기가 자국 안에 배치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핵무기가 자국에 배치돼 있는 것은 물론 오로지 자국의 결정만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말한 ‘특수성’은 바로 이 점을 뜻한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라팔 전투기가 미국 항공모함 갑판에 착륙한 모습. 프랑스는 핵무기 보유국이자 대표적인 무기 수출국으로 라팔 전투기의 경우 인도, 이집트, 카타르 등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결정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 나토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국방비 지출이 적은 몇몇 나토 회원국을 ‘안보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며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럽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미국은 돕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영국은 나토의 충실한 회원국으로 남아 있기는 하나 브렉시트를 통해 EU 국가들과는 확실히 선을 긋고 나섰다. EU 회원국들 입장에선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하고 미국·영국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 안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프랑스 역할론’이다. EU 회원국 중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인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기반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12월 독일의 원로 정치인 볼프강 쇼이블레 전 하원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공격 협박에 맞서 우리도 ‘유럽 차원의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며 “독일은 유럽 공동의 핵 억지력을 위해 프랑스의 핵전력 강화에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에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핵전력으로 유럽 공동방위에 기여하는 방안에 열려 있다’는 발언을 한 것도 EU 회원국들 사이에 커지는 ‘프랑스 역할론’에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나토를 통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면서 프랑스가 주도하는 EU 방위공동체의 창설을 꾸준히 제안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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