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같은 종류의 마약을 동일한 수법으로 밀수입한 남성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해 기소한 반면 박씨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연예인의 마약 사건에 대해서는 추상 같은 법 집행을 하던 검찰이 박씨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관용을 베풀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신모(42) 검사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신 검사가 2010년 8월19일 구속기소한 당시 삼성전자 직원 A(36)씨 사건과 그해 11월30일 입건유예로 내사중지한 박씨 사건의 출발선은 동일하다. 일단 범죄 혐의가 같다. 구속된 A씨는 암페타민 29정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밀수입했다. 박씨는 미국에서 이보다 3배 가까이 많은 82정을 밀수입했다.
범죄 수법도 같다. A씨와 박씨 모두 국제특송 항공화물기를 이용해 암페타민을 밀수입했다. 심지어 두 사람이 밀수에 이용한 항공화물기는 FEX 023편으로 동일한 비행기였다.
하지만 처리 결과는 딴판이었다. 신 검사는 A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박씨는 입건유예했다.
사건 처리 속도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신 검사는 A씨의 범죄 혐의가 2010년 8월12일 드러나자 다음날인 8월13일 A씨를 체포했고 16일 구속한 뒤 19일 기소했다. 범죄 적발에서 기소까지 불과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신 검사는 박씨 사건에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신 검사는 10월12일에 박씨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도 1주일인 10월19일에서야 뒤늦게 검찰 정보망인 ‘형사사법망’에 사건을 올렸다. 신 검사는 이후에도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다가 사건 접수 후 42일 만인 11월30일에서야 사건을 종결했다. 범죄 적발에서 입건유예로 처리하는 데까지 석 달 가까이 걸린 것이다.
◆검찰도 수긍 못하는 입건유예
신 검사가 A씨 사건과 박씨 사건을 다른 잣대로 처리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지만, 검찰이 내놓은 해명은 더욱 당혹스럽다.
검찰은 박씨를 입건유예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박씨가 지병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입건유예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 박씨의 딱한 처지를 감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검사가 구속 기소한 A씨도 비슷한 처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암페타민 밀수 사실이 적발된 직후 삼성전자 측은 “A씨가 평소 지병이 있어 미국에서 복용하던 약을 받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신 검사는 치료 목적으로 암페타민을 밀수입한 마약사범 2명을 약 한 달 간격으로 적발한 뒤 남성 회사원은 구속수사해 재판에 넘겼고, 여성 연예인은 면죄부를 준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 검사의 수사 경력 등 배경을 봤을 때 박씨를 입건유예한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인사들이 많다.
재경 지검 한 검사는 “신 검사는 마약 사건 분야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검사”라며 “자신의 수사 경력에 오점이 될 만한 흔적을 남겼다니 잘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범죄 혐의가 같고 처벌을 감경해 줄 만한 사유도 같다는 점에서 A씨 사건과 박씨 사건은 질적으로 같다”며 “같은 사건이라면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할 텐데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누가 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마약류를 단순 소지한 것과 비교해 이를 운반하는 행위는 더욱 엄하게 처벌되는 데다 국제 특송우편이란 진화한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박씨 사건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특히 마약 사건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엄격하고 공정하게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경·김민순 기자 hjhk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