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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신기하고 정 많은 한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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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22 22:57:56 수정 : 2021-09-22 22: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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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생활하며 신기했던 것은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서울에 갈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특허를 받은 물건이고 좋은 물건이지만 회사가 어려워져서 싸게 판다면서 물건을 벽에 걸 때 쓰는 후크와 무릎 보호대를 팔고 있었다. 나는 마침 둘 다 필요했던 물건이라서 사고 싶었다. 하지만 현금이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20kg까지도 걸 수 있다면서 무거운 물통을 후크에 거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만 후크가 부러져 버렸다. 아저씨는 당황해서 허둥지둥했다. 나는 지갑에 현금이 없어서 그 물건을 못 산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었는데 사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

사키이케 하루카 주부

배달 문화도 너무 신기했다. 일본도 점점 배달 서비스가 많아지고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의 서비스에 비하면 아직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물건을 택배로 시키면 하루 이틀 후에는 집에 도착한다. 음식도 주문하면 바로 배달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일본도 피자나 초밥 정도라면 배달이 된다. 한국은 아이스크림부터 백숙까지 배달이 안 되는 것이 없다.

일본과 한국은 가까운 나라이고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당연히 다른 점도 있다. 한국에 잠깐 여행으로 다녀왔을 땐 몰랐지만 생활을 해보니 알 수 있는 문화나 습관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설날이다. 한번은 설날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일본은 양력 1월 1일이 설날이다. 한국은 음력 1월 1일에 설날을 보내고 며칠간 설 연휴가 있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됐다. 처음에는 그런 큰 명절에 내가 가도 되는지 불안했다. 하지만 친구 가족과 설 음식을 먹고 윷놀이를 하는 동안 그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나에게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나의 불안이 현실로 다가온 시간이 있었다. 일본도 설날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같다. 하지만 한국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면서 한 번 절을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몰라 일본에서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여러 번 절을 했다. 친구가 웃으면서 한국에서는 죽은 사람에게만 두 번 절을 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땐 친구 부모님께 정말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다행히 어르신들은 외국인인 나를 잘 이해해주셨고, 세뱃돈도 주셨다. 설날에 초대를 받고 함께 명절을 보내면서 나도 한국의 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엊그제 보낸 추석엔 일본에서도 찹쌀떡 같은 오모찌를 해먹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가족이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많이 준비해 며칠간 같이 먹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다르긴 하다. 한마디로 한국의 명절 문화는 음식 준비에 고달프지만 ‘정’이 있어 좋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힘든 일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변에서 한국 유학을 가고 싶다는 일본 친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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