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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배달 오토바이 소음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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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13 22:58:58 수정 : 2021-10-13 22: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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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만큼 큰 소리가 적법… 허용 기준 낮춰야

새벽 1시. 길게 이어지는 오토바이 소음이 아파트단지 가득 울려퍼지며 어렵게 청한 잠을 깨운다. 아파트 근처 도로를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다. 투덜대며 다시 돌아눕지만 30분 뒤에는 고막을 찢는 더 큰 굉음이 뇌신경을 마구 찔러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이번엔 차량을 불법개조한 폭주족이 가세했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선선한 가을 밤공기 즐겨 볼 요량으로 창문 열어 놓고 잠든 것이 화근이다.

기자만 배달 오토바이 소음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가 보다. 요즘 인터넷 지역 카페에는 배달 오토바이 소음에 잠을 이룰 수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청와대 국민참여 게시판에도 배달 오토바이 소음을 단속해 달라는 청원이 지난달에만 5건이나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배달 오토바이 소음방지 제안’ 청원 글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의 교통법규 위반과 소음 발생은 온 국민에게 스트레스와 위험요소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한 지역 카페에는 ‘야간 굉음 퇴치 캠페인을 전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야간에 원동기 또는 차량 불법 개조에 의한 굉음 유발로 소음 피해를 받는 만큼 지자체, 경찰에 요청해 대대적인 단속활동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자발적인 시민 참여를 펼치자는 제안이다. 글을 올린 이는 음식 배달전용 앱 사용 시 ‘소음 적은 원동기로 배달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배달 오토바이 소음이 잦아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낳은 풍경이다. 감염 위험 때문에 음식점에 가기 꺼려지니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밖에. 실제 배달음식 수요는 최근 2년 새 급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주요 배달 플랫폼에 등록된 배달음식점은 2019년 4만8050곳에서 2020년 14만9080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더욱 급증해 7월 기준 무려 25만4373곳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전국 이륜차 등록 대수 자료에 따르면 매년 1만대 정도 늘던 이륜차는 지난해 5만2000여대나 급증하면서 228만9009대를 기록했다. 이러니 낮이고 밤이고 거리를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들로 도로가 가득 찰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소음기준 자체가 문제다. 소음·진동 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는 100㏈(데시벨), 이륜차는 105㏈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105㏈이 기차가 옆에서 지나갈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불법개조한 오토바이가 소음공해의 주범이긴 하지만 애초부터 오토바이의 소음 기준이 건설현장의 소음 기준(80㏈)을 넘어설 정도로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으니 단속은 무의미한 실정이다. 이에 부산의 구청장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국민청원에서 “이륜차 소음 기준을 건설현장 소음 기준치인 80㏈ 수준까지라도 낮출 수 있다면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는데 일리 있는 얘기다.

전기나 배터리 구동방식 오토바이로 배달 오토바이를 모두 대체하는 것도 소음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획기적인 대안이다. 현재 일부 대형 배송업체가 전기 오토바이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배달 적합성 등을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과 규격이 전기차와 달라 자체 충전소가 필요하기에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예상된다.

밤늦게 배달 음식을 시키는 이들도 잦은 소음에 한몫하는 셈이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에 급증한 배달 오토바이 소음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배달 오토바이 소음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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