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네이버 ‘지식인(iN)’의 영원한 ‘수호신 할아버지’ 조광현(曺廣鉉)옹은 하늘로 돌아갔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총 5만3839개의 주옥같은 답변은 남았다. 아이디 ‘녹야(綠野)’에게 도움을 받은 질문자는 4만7630명, 그가 받은추천 ‘좋아요’는 15만8179에 달한다. 검색을 통해 지나치며 그의 말을 참고했던 사람들은 셀수도 없을 것이다. 지난 27일 향년 87세로 별세한 지식인 할아버지의 따뜻한 조언, 유머와 센스가 돋보이는 답변들을 가상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모아봤다.

-산타 할아버지는 몇 살인가요.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

-녹야의 뜻이 무엇인가요.

“녹야란 푸를 녹(綠), 들야(野) 즉 푸른 들이란 뜻입니다. 내가 중학교때 모처럼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었는데 여름 방학때 고향집에 와서 우리집 마루에서 대문밖은 내다보니 지평선에 가까운 김포평야를 내다보며 내 아호(雅號)를 녹야라 지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녹야로 한것입니다. 가장낮고 평범하고 각종 농산물을 생산할수 있는곳이 바로 녹야라 생각했습니다. 전에도 어떤 팬이 물어온바 있어서 대답을 했는데 그것을 못보신 모양입니다. 하긴 벌써 10여년 전이니 못보실수도 있겠지요만 대답해야 하는 나는 많이 괴롭습니다. 건강이 많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할아버지 생신날인데 뭐가 좋을까요. 참고로 전 올해 15살 여자입니다.

“노인네들은 그저 먹는 것이 최고지요. 맛있는 쵸코렜이나 준비 하시죠.”

-녹야 선생님이 가난을 견디면서 공부하게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힘드실때가 있었다면 그걸 어떻게 견디셨는지요.

“우선 공부에 재미를 붙여야 합니다. 태어나서 아직까지 몰랐던 진리나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기쁨으로 살아 왔습니다. 늘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교과서뿐 아니라 신문 잡지나 라디오를 경청했습니다. 차츰 지식이 돈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부터 더욱 열심히 지식 습득에 굶주린 이리떼처럼 노력했습니다. 지식 습득에 혈안이 되다시피하면 다른 고통이나 배 곺음도 잊을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 결혼할때 체중이 50㎏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나보다는 일생출발선이 높은 위치에 계시니 마음만 고쳐먹으면 나보다 훨씬 상위그룹에 진입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가 주먹으로 제 입쪽을 가격했습니다. 그 다음시간에 사과하라고 이야기하러 갔다가 욕만 얻어 먹고 왔습니다.

“다음시간에 사과하라고 이야기하러 갔다가 욕만 얻어 먹고 왔으면 됐습니다. 욕값은 다받는셈이내요.”

-어제 밤 11시쯤 자고 있는데 침대가 흔들려서 깼어요. 아파트가 흔들렸으면 다들 말이 나올텐데 아파트 주민들도 조용하네요 침대만 흔들릴수가 있나요.

“그런 경우가 더러 있어요.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피차간의 예의랍니다.”

-녹야님 안부 궁금해요.

“아직은 살아 있습니다. 멀지 않른것 같습니다. ㅠㅠ”

-아빠가 저한테 거의 1년이상 엄마 욕이랑 외가댁 욕하길래 참다참다 못참겠어서 엄마 한테 다 말씀 드렸는데. 지금 아빠랑 엄마 싸우고 있어요. 어쩌죠.

“유서나 써놓고 대기하세요.”

-남자고 여자고 마른사람들이 옷을 더 예쁘게 입는건 뭘까요.

“육체미는 볼것 없으니까 옷구경이나 싫것 하시라고 마네킹정신을 발휘한것이지요. ㅠㅠ”

-전교회장이 저를 놀려서 제가 그만 변태놈아 이랬어요. 어떡하죠. 제가 잘못한거 알아요.

“잘못한거 알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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