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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곤충학자들은 ‘지구는 곤충의 행성’이라고 부른다. 곤충은 지구에 존재한 지가 4억 년이 넘었고 인간이 이름을 붙인 종류만 100만 종에 이른다. 이름 모르는 곤충은 훨씬 더 많다. 곤충을 ‘벌레’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식물의 80% 이상이 곤충의 수분(受粉) 활동 덕분에 열매를 맺는다. 쓰레기를 분해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도 곤충의 역할이다.

곤충은 때로는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메뚜기떼가 대표적인 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메뚜기떼의 습격, 펄 벅의 ‘대지’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메뚜기떼는 이들의 횡포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메뚜기 1t은 2500명분의 식량을 먹어치운다. 1870년대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로키산 메뚜기’는 약 12조5000억 마리가 대평원을 휩쓸고 다니며 현재 가치 6조원 정도의 피해를 줬다. 2020년에도 동아프리카를 휩쓴 메뚜기떼는 시간당 약 13㎞의 속도로 빠르게 동진해 중동을 거쳐 남아시아까지 총 23개국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전문가들은 당시 동아프리카 메뚜기떼 창궐의 원인으로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고온다습한 기후를 꼽는다.

최근 국내에서도 ‘곤충의 습격’이 잦아지고 있다.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익충이 아닌 해충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일본 뇌염을 일으키는 모기가 지난해보다 19일 일찍 등장했고, 서울 강남에서 ‘목조 건물 킬러’라고 불리는 외래종 흰개미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서울·경기 남부에선 동양하루살이 떼 수만 마리가 기승을 부리고, 인천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선 혹파리 떼가 창궐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때 이른 해충의 출현과 집단 창궐은 기후 변화와 기온 상승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5월 더위’는 한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 유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성충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환경부·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성체로 자라는 모기 수는 27% 늘어난다. 벌레의 공습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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