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수 세계 4위인데도 여전히 노벨상 갈구
자국민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갈구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3명 가운데 2명이 프랑스 국적자인 것으로 확인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자랑”이라며 크게 반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먼저 올해 수상자들의 공로를 치하한 뒤 그중 2명이 프랑스인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뛰어난 프랑스 연구자인 피에르 아고스티니 그리고 안 륄리에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며 “우리나라에 참으로 커다란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현재 82세인 피에르 아고스티니는 1941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태어났다. 학부부터 박사 과정까지 모두 프랑스 대학에서 마치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실험물리학자가 되었다. 프랑스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던 중 2002∼2004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BNL)의 객원 연구원을 지낸 것이 계기가 돼 미국에 정착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오하이오 주립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고스티니가 프랑스·미국 복수국적자라고 보도했다.
안 륄리에는 1958년 파리에서 태어나 올해 65세다. 원래는 이론물리학으로 출발했다가 실험물리학으로 전환했다.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스웨덴 고텐부르크 대학교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밟으며 스웨덴과 인연을 맺었다. 1997년 스웨덴 룬드 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뒤 현재까지 이 대학 강단을 지키고 있다. 프랑스·스웨덴 복수국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상으로 역사상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다섯 번째 여성 과학자로 기록됐다.

프랑스는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다. 노벨문학상으로만 한정하면 수상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런데도 해마다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자국민이 포함되면 대통령, 총리, 장관들까지 일제히 기쁨에 휩싸여 환영 입장문을 내놓고는 한다. 이날도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실비 헤타이로 고등교육부 장관이 아고스티니와 륄리에의 수상을 축하하며 “우리 국민적 자부심의 큰 원천”이라고 치하했다.
3명의 공동 수상자 중 나머지 1명은 헝가리·오스트리아 복수국적자인 페렌츠 크러우스(61)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소장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공적을 설명하며 “찰나의 빛으로 전자를 포착하는 아토초의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의 세계(world of electrons)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를 선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토’란 100경분의 1을 뜻하며 따라서 아토초는 100경분의 1초에 해당한다. ‘찰나’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극미세 세계의 시간 단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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