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환자 80%가 1∼12세…기침·발열 오래간다
흔한 폐렴균…최근엔 내성균 늘어나 더 독해져
24개월 딸아이를 키우는 A씨는 지난달 초 잠을 자던 중 딸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에 깼다. 열을 재어보니 38도가 넘었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며칠간 떨어지지 않고 38∼39도에서 머물렀다. 기침은 점점 심해졌다. 구토, 설사 증상도 나타났다. 병원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진단을 받은 A씨 딸은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발열과 기침 증상이 오래가는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증이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표본감시 결과 이 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0월 22∼28일 102명에서 11월 19∼25일 270명으로 2.6배 늘었다. 특히 7∼12세가 49.1%, 1∼6세가 30.5%로 아동 환자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11월 5∼11일 기준)해 부모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환자가 2019년 유행 때보다 적은 수준이며 대유행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지만, 대한아동병원협회, 언론, 정치권은 보건 당국의 안일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증은 어떤 질병이며 무엇이 문제인지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Q. 마이코플라스마균 감염증이란 무엇인가?
A.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중간 위치에 있으나 세균으로 분류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을 ‘마이코플라스마균 감염증’으로 정의한다. 국내에선 4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잠복기는 1∼4주이며 주로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증상 발현 2∼8일 전부터 증상 발생 후 20일 이내 전염된다.
Q. 신종 바이러스인가?
A. 그렇지 않다. 1987년 처음 보고된 뒤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3∼4년마다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연중 발생하지만 주로 늦가을에서 초봄에 유행한다. 전체 폐렴의 10∼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Q. 취약 연령층은?
A. 감염성 질병이므로 주로 보육시설, 학교, 대학 기술사, 군부대 등 집단시설에서 유행하거나 같이 거주하는 가족 사이에서 전파되기 쉽다. 2018년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증 관리지침에 따르면 원래 마이코플라스마는 3∼15세 소아, 활동기 및 젊은 성인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육시설 입소 연령이 낮아지면서 최근엔 3세 이전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Q. 주요 증상은?
A. 열이 나며 기침이 심하게 오래간다. 초기 두통과 발열, 콧물, 인후통 등을 호소하다가 목이 쉬고 기침을 하게 된다. 기침은 발병 2주 동안 악화되다가 3∼4주가 지나면 사라진다. 콧물은 어린이 및 청소년에서는 거의 없으나 영유아에서 흔히 나타난다.
Q. 입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A.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고 2주 안에 소실되므로 입원하는 경우는 적다. 다만 증상이 악화되면 폐렴, 폐농양, 폐기종, 기관지 확장증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환자의 3∼13%가 폐렴으로 진행한다. 호흡기 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구토, 복통, 피부발진을 동반할 수 있으며 뇌수막염, 뇌염, 심근염, 관절염, 간염, 용혈성 빈혈 등도 발생할 수 있다. 보통 마이코플라스마균 감염증은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합병증이나 전신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시일이 걸려도 대부분 완치된다.
Q.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최근 더 독해졌다는데?
A. 마이크플라스마균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마이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이 증가하고 있어 국내외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교수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발병 위험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중 항균제(마이크로라이드)에 내성이 있는 비율은 세계적으로 2000년 18.2%에서 2010년 41.0%, 2019년 76.5%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특히 지역별로 봤을 때 서태평양 지역이 53.4%로 동남아시아(9.8%), 아메리카(8.4%)보다 월등히 높았고, 서태평양 지역 내에서는 중국, 일본, 대만, 한국 순으로 항균제 내성비율이 높았다. 현재 중국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Q. 중국에서 한국으로 확산한 것인가?
A.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증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발생하며 3∼4년마다 유행하는 흔한 감염병이다. 최근 중국에서 아동 환자가 늘면서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올해 들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발생률은 매우 낮았으나 올해 1분기부터는 감염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올해 4∼9월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건수로는 유럽에서 더 많이 발생했고, 추세로는 아시아에서 가파르게 늘었다. 코로나19 기간 방역 조치로 마이코플라스마 발생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방역 해제 후부터 다시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마이코플라스마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최근의 임상 양상에서 이전과 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Q. 예방 및 치료법은?
A. 백신 없는 감염병이므로 생활 방역이 최선이다. 올바른 손씻기, 기침예절 준수, 다중이용시설 피하기, 소독 등이다. 감염됐다면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해야한다. 마이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가 효과가 없을 경우 다른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한다.
이번 겨울은 코로나19, 독감, 호흡기융합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복합적으로 유행하고 있어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약을 먹어도 발열, 기침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권고에 따라 검사한 뒤 적합한 치료를 해야한다.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호흡기 전문의 박영아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은 잠복기가 2~3주로 길기 때문에 가족 및 어린이집 내에서 유행이 수주간 지속될 수 있다”며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자와 밀접접촉 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원을 삼가고 소아청소년과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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