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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24년 기후기금 대폭 삭감… 녹색 R&D사업 ‘직격탄’ [심층기획-2024년 기후기금 대폭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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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8 18:02:07 수정 : 2024-02-29 14: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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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직결·中企 녹색 사업 등 급감… 거꾸로 가는 탄소중립

정부, 2023년보다 949억원 줄여
녹색R&D 분야는 75% ‘싹둑’
美 36조원 기금 마련과 대조

與 “기금 2배 늘려 5조” 공약
탄소배출 수익 ↓… 공수표 우려

84개 사업 지출 규모 2023년보다 삭감
‘기후변화적응’ 사업 455억→320억
‘탄소중립도시숲’ 2066억→1407억
‘그린뉴딜유망기업100’ 41억으로 ↓

주요국 녹색인프라 재정 선제적 투입
“韓, 부처간 기금 나눠먹기에 그친 수준
기후변화 피해 가정에 지원 집중해야”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위한 핵심 재정수단인 기후대응기금의 올해 전체 세부 사업 중 60% 정도가 작년 대비 지출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기후대응기금(2조3918억원)의 전체 규모가 지난해보다 949억원 쪼그라들면서 각 사업의 원활한 이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후대응기금 정책목표 중 ‘탄소중립기반구축’에 속하는 각종 녹색 연구개발(R&D) 분야 사업은 건전재정의 직격탄을 맞아 전체 71개 중 53개(74.6%)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2년에만 27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는 등 주요국이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총선 공약으로 기후대응기금을 2027년까지 현재 대비 2배 정도인 5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체 수입원인 온실가스 배출권 수익이 매년 급락하고 있어 ‘공수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세계일보가 기후대응기금에 포함된 프로그램 사업 142개(인건비 등 제외)를 전수조사한 결과 84개 사업의 지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대응기금은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2030 NDC’ 이행 등을 위해 2022년 설치된 기금으로 △공정한전환 △온실가스감축△저탄소생태계조성△탄소중립기반구축 등 4가지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정책목표별로 보면 공정한전환 8개 사업 중 4개, 온실가스감축 33개 사업 중 16개, 저탄소생태계조성 18개 사업 중 8개, 탄소중립기반구축 83개 사업 중 56개가 각각 감액됐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감액 사업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23년 기후대응기금의 증감 내역을 보면 전체 136개 사업 중 지출 규모가 줄어든 건 30개에 그쳤다. 지출 규모가 줄어든 기후대응기금 사업 수가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 중 감액 사업의 비중도 2023년 22.1%에서 올해 59.2%로 급증했다.

기후대응기금 총액은 설치 첫해인 2022년 2조4594억원에서 출발해 2023년 2조4867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정부가 이보다 709억원 감소한 2조4158억원을 정부안으로 제시한 뒤 국회가 심의과정에서 다시 240억원을 삭감해 총 2조3918억원이 확정됐다.

 

지출 규모가 감액된 사업을 보면 주로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중소기업의 녹색기술 확보와 관련된 R&D 사업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취약계층과 지역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역인프라를 구축해주고, 비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자체 등을 지원해 주는 ‘기후변화적응 및 국민실천’ 사업은 2022년 327억8600만원에서 지난해 455억47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320억3200만원으로 줄었다. 또 도시열섬 완화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심 내 생활권 등에 숲을 조성하는 ‘탄소중립도시숲조성’ 사업은 2022년 2687억7400만원에서 지난해 2066억4400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1407억37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 275억8700만원에서 지난해 273억2100만원이 편성됐던 ‘정부청사온실가스 저감사업’도 올해 197억5800만원으로 감액됐고, 순천만국가정원과 같이 생태계 훼손지를 복원하는 ‘도시생태축복원사업’도 2022년 287억4400만원, 2023년 216억200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171억1700만원으로 축소 편성됐다. 이 밖에 2022년 2245억100만원, 2023년 1910억5200만원으로 사업비가 축소 편성됐던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도 올해 1275억1700만원으로 지출 규모가 크게 줄었다.

◆중소기업 관련 녹색 R&D 사업 타격

 

탄소중립과 관련한 R&D 사업의 경우 전체 71개 사업 중 53개가 지출 규모가 줄었다. 올해 전체 R&D 예산이 2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6000억원(4.7%) 삭감된 여파다.

 

우선 각종 녹색기술 개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지원 관련 각종 사업 규모가 크게 줄었다. 국내 녹색산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기업당 연 최대 10억원을 지원하는 ‘유망녹색기업기술혁신개발(R&D)’ 사업은 올해 지출 규모가 23억2500만원에 그쳤다. 이 사업은 2022년 115억6200만원, 2023년 66억원이 편성된 바 있다. 또 녹색기술을 보유한 그린벤처 기업 성과를 지원하기 위한 ‘그린뉴딜유망기업100(R&D)’ 사업도 2022년 174억1700만원에서 지난해 157억5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올해 41억3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이 사업의 경우 정부안은 16억5200만원으로 약 90% 깎였다가 그나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됐다. 아울러 친환경 저탄소 관련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성장기술개발(R&D)’ 사업도 지난해 203억2500만원에서 올해 32억5700만원으로 크게 삭감됐다.

 

이와 함께 ‘탄소저감모델 연계 디지털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개발(R&D)’ 사업은 2022년 53억4500만원에서 지난해 11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올해 19억4400만원 편성되는 데 그쳤고, 개별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탄소중립 관련 필수 공동 활용 인프라를 연구기관에 구축하는 ‘전주기적산업혁신지원(R&D)’ 사업도 지난해 104억5400만원에서 올해 14억8500만원으로 90억원 가까이 줄었다.

 

반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던 사업 중에서 증액된 사업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산업부)’의 경우 국회에서 ‘2023년 시범사업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됐지만, 작년 63억5000만원에서 올해 387억1000만원으로 지출 규모가 큰 폭으로 늘며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됐다.

◆“기금 신설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효과 회의적”

 

설치 2년 만에 규모가 위축된 우리 기후대응기금과 달리 주요국은 선제적으로 녹색 인프라 투자 등에 대대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논문 ‘기후대응기금의 효과성과 책임성을 위한 행정법적 과제’에 따르면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대응’에 3910억달러(약 520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2022년도 예산에 ‘온실가스 감축 기금’으로 270억달러(약 36조원)를 책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성장전략’에 따라 향후 10년간 2조엔(약 17조원)을 조성하고, 향후 10년간 20조엔(약 177조원) 규모의 국채(녹색전환경제이행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권경락 활동가는 “우리 기후대응기금은 규모도 너무 적을 뿐 아니라 기존 개별부처에서 하던 사업이 그대로 넘어와 부처 간 ‘기금 나눠먹기’를 한 것에 그친 수준”이라면서 “기금 신설에 따라 신규로 온실가스가 줄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권 활동가는 이어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시민이나 가정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산업계라든지 감축 여부가 불분명한 국외감축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등 기금 내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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