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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시민 버렸다”…공방만 거듭하다 연금개혁 미룬 21대 국회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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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8 17:00:00 수정 : 2024-05-08 16: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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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끝내 연금개혁을 포기했다.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상대로 네차례의 숙의토론회와 공론조사까지 했지만, 국회는 공방만 거듭하다 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22대 국회 때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책임을 넘겼다.

 

22대 국회가 들어서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새로 꾸리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조속한’ 개혁을 이루기는 어렵다. 연금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재정은 50조원 넘게 늘어난다. 국회가 시민들에 수십조원에 이르는 재정 부담을 떠안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시민 합의에도

 

8일 국회에 따르면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지난달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네차례에 걸쳐 숙의토론회를 진행한 후 의견을 수렴했다.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이라는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어느 수준으로 올릴지 결정하는 ‘모수개혁’이 핵심이었다.

 

공론조사 결과 과반(56.0%)이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를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안이다. 재정안정안인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를 선택한 비율은 42.6%였다.

 

재정안정론 측 전문가로 공론화에 참여한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공론화를 통해 민의의 방향을 이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석 교수는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려야 하는데 일단 12∼13%까지는 올릴 수 있다는 데 국민이 합의를 이뤘다”며 “노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도 확인했기 때문에 소득대체율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30일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여당 ‘43%’ 야당 ‘43%’ 고집…“책임 방기”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국회는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21대 국회는 전날 임기 종료를 22일 앞두고 합의 불발 소식을 알렸다.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여당은 “43%가 최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야당은 “45%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최종 합의안이 불발됐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이 때문에 입법이 어렵게 됐다”며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일제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하며 개혁안 도출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자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21대 국회는 시민의 요구를 포기했다”며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기능·보장성 강화를 위한 시민 56%의 동의를 버렸다”고 규탄했다.

 

30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21대 국회가 20여일이나 남아있는데도 협상 결렬을 이유로 활동 종료를 선언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아직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3주가 남았는데도 여야 간 합의가 안 된다는 이유로 국회는 연금개혁을 포기했다”며 “21대 국회 임기 내 정치가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론화위 결과를 부정하는 정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소득보장 개혁안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낮춘다며 사실상 공론화위 결과에 반대를 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진 영수회담에서 “연금개혁을 차기 국회로 넘기자”며 개혁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소득보장론 측 전문가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시민대표단 과반이 소득보장안을 선택했는데, 정부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한다. 답을 정해놓고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거면 공론화를 왜 했냐”고 비판했다.

◆22대에서도 합의 요원…“21대 임기 내 개혁해야”

 

이대로 22대 국회로 넘어간다면 연금개혁을 이루기 더욱 어려워진다. 석재은 교수는 “연금개혁은 정치 스케줄에 민감한데, 22대 국회에서는 줄줄이 선거가 예정돼있어서 개혁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정치인들이 표심 이탈을 우려해 개혁을 논의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석 교수 설명이다. 연금개혁은 결국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이라서 국민에게 ‘돈을 더 내야 한다’라는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6년에는 22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있다. 올해는 22대 국회가 연금특위를 구성하고 국정감사를 치르면 사실상 한 해가 끝난다.

 

국회가 손을 놓은 사이 재정 문제는 악화하고 있고, 국민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국민 부담액은 52조원 가까이 증가한다. 

 

석 교수는 “연금개혁을 늦추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계속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국민연금이 고갈돼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 수 있다’는 불신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 교수는 “연금개혁은 원래 한번에 되지 않고 국민의 수용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타협해나가는 것”이라면서 “21대 국회에서 소득대체율 43% 정도로 중간 타협점을 찾아 한발이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높고 출산율은 낮고, 삶의 만족도도 낮다. 다들 삶이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이건 국가의 실패”라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소득대체율을 높여달라는 공론화위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국민이 노후 빈곤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연금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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