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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천만영화 나와도 못 웃는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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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03 23:41:24 수정 : 2024-07-03 23: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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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영화 실종에 구조적 문제 여전… 개혁 시급

올해의 반이 지난 시점, 극장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상반기 영화계에선 1000만 관객 작품이 두 편이나 나왔다. ‘파묘’와 ‘범죄도시4’가 새 기록을 썼지만, 영화계에선 함박웃음을 보기 쉽지 않다. 1000만 영화를 아래에서 든든히 받쳐줄 ‘허리 영화’들이 자취를 감춰서다. 올해는 300만∼700만명의 관객을 모은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가 시장을 지배한 후 영화계는 줄곧 고전 중이다. 미디어 환경이 변했어도 극장에 좋은 영화가 계속 걸린다면 고무적일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외면받다니’ 하고 탄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관객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에 갈 이유는 줄어들었는데, 상업영화의 상당수는 기존 문법을 답습하는 인상이다.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영화계는 지난해 9월 ‘한국영화위기극복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했다. 극장, 투자배급사, 제작사, 인터넷TV(IPTV), OTT 등 이해관계자들이 몽땅 모였다. 이 협의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가장 첨예한 쟁점인 객단가와 홀드백(극장 개봉작의 일정 기간 기타 매체 상영 금지) 문제를 풀려 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객단가는 각종 할인을 제외하고 관객 한 명이 실제 낸 금액이다. 제작사들은 극장이 할인을 남발하면서 객단가가 1만원 아래로 내려왔다고 비판한다. 또 멀티플렉스 3사가 할인혜택의 대가로 이동통신·카드사로부터 보전받은 돈을 제작·배급사와 제대로 나누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극장들은 억울하다면서도, 통신·카드사에서 얼마를 돌려받는지는 비밀 유지 조항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선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급기야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극장 3사가 투자·배급사와 수익 분배 과정에서 깜깜이로 일관한 ‘불공정한 정산’을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4일 신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홀드백’은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오더라도 시간차를 둔 후 IPTV·OTT에 풀어 극장에 유리한 지형을 만드는 방식이다. OTT 사업자는 당연히 홀드백에 부정적이다. 극장에서 빛 보기 힘든 영화들도 빠른 OTT행이 이득이다. 해외 OTT는 이를 적용받지 않으니 토종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도 생길 수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영화발전기금 재원이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없애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초 ‘부담금 일괄 정비를 위한 22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화발전기금은 각종 영화제와 다양성 영화 지원에 쓰여왔다.

이 격변의 시대에 영화계는 새로운 흥행 공식은 무엇인지, 영화가 나갈 길은 어떠한지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연 토론회에서 “한국영화가 한두 해 시장 경색을 겪는다기보다 근본적 지각변동의 시기를 맞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영화의 자본화가 이뤄졌다”며 “주로 극장 자본 중심으로 투자·배급·제작이 수직통합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19년이 자본화의 정점이었고, 이후 수직통합에 따른 자기모순으로 갈 길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는 이를 부추긴 부차적 존재”라고 분석했다.

여름 영화 시장을 겨냥한 새 작품들이 속속 극장에 걸리고 있다. 올여름은 관객이 극장으로 더 많이 돌아올까. 6개월 후 ‘영화계가 늘 그렇듯 다시 한 번 위기를 극복한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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