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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몸비족과 노이즈 캔슬링 이용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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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03 23:41:38 수정 : 2024-07-03 23: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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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빠져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고 해서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이라고 부른다.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기 짝이 없다. 보행 중 스마트폰에만 집중할 경우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쉽게 대처할 수 없게 되고, 자칫 생명을 앗아가는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스몸비족은 갈수록 증가추세다.

지난해 7월 5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 201회에는 경찰관 유창훈 경정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유 경정은 횡단보도 앞 발광다이오드(LED) ‘바닥신호등’ 개발에 참여한 인물로 유명하다. 바닥신호등은 횡단보도 연석과 점자블록 사이에 설치된 LED 띠로 보행자 신호에 맞춰 빨간색과 녹색으로 빛을 내 신호를 알려준다. 이 바닥신호등은 스마트폰에 중독돼 보행자 신호등을 제대로 보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자 개발됐다고 한다. 스몸비족을 위한 것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시피하다.

도로위 불청객은 또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이면도로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거나 헤드폰을 쓰고 지나는 이들이 적잖다. 바로 뒤에 차량이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하고, 뒤따라가며 불러도 못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이 쓰고 있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대부분이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시끄러운 주변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음악 등 콘텐츠를 즐기려는 이들로 이용 빈도가 늘고 있다. 차량 왕래가 많은 도로에서 사용한다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 등 엔진음이 크게 줄어든 차량들이 급증해 더 그렇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594만9000대. 인구 1.98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차량사고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일 밤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가 횡단보도와 인도로 돌진, 9명이 숨지는 참변이 벌어졌다. 급발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나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전화하다가 날벼락 맞는 세상이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스몸비족이나 노이즈 캔슬링 이용객들로선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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