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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배달비,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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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05 23:12:16 수정 : 2024-09-06 1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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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집에서 빠른 배달은 맛만큼이나 중요한 소비자들의 평가요소였다. 중국집 여기저기엔 ‘신속배달’이라는 광고가 붙어있었고, 음식 맛이 특출나지 않아도 주문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배달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을 가진 식당으로 소문이 났다. 치킨이나 족발, 피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담배나 술 심부름을 곁들이는 소비자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배달비를 내지 않았다. 우린 배달비를 몰랐던 민족이다.

 

시간이 흘렀다. 집 앞에 붙었던 광고지는 사라졌다. 음식은 이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는 시대가 됐고, 전단지를 모바일로 모아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를 혁신으로 포장한 업체의 탄생에 배달음식 세계는 달라졌다. 배달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도 배달 주문을 받게 됐고, 전단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도 사라졌다. 이 플랫폼 기업이 이런 일 등을 맡아주면서 배달음식 값은 조금씩,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특히 자영업자의 부담이 혹독하게 불어났다. 시장을 장악한 이 플랫폼은 중개수수료를 9.8%까지 인상했다. 플랫폼 안에서 결제하면 3.3% 수수료 일부도 떼 간다. 자영업자 매출 13.1%를 플랫폼 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끝이 아니다. 상위 노출을 위해 매달 8만8000원을 내야 하고, 클릭당 200원의 광고비도 집행해야 한다.

 

말이 많았던 배달비 부담도 자영업자에게 떠넘겼다. 기본 배달요금은 1900∼2900원인데 거리에 따라 요금은 상승한다. 자영업자가 직접 배달비를 설정할 수 있는 권한도 막아놨다. 휴일이나 시간이 늦으면 배달 할증요금도 붙는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분명 배달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비용은 늘었는데 자영업을 포기하는 이들은 늘어났다. 지난해 폐업한 서울시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자영업을 하는 지인은 “떼 가는 게 너무 많아 오히려 손해를 볼 땐 고객에게 주문 취소를 부탁하기도 한다”고 토로했고, 한 커뮤니티에는 1만1000원짜리 돈가스를 팔아 42원을 정산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플랫폼 업체가 맡은 배달이 원활한 것도 아니다. 식당에서 조리를 마쳤는데 배차가 되지 않으면 음식은 출발하지 못한다. 값을 지불한 소비자는 불은 짜장면을 받거나 눅눅해진 치킨을 받아야 한다. 애꿎은 플랫폼 업체 직원이나 자영업자는 소비자 불만을 듣고 한없이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독일의 배달영웅으로 불리는 모회사는 자신의 배를 불리기 급하다. 이 플랫폼 업체는 지난해 3조4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69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달시장이 쪼그라들었지만 이 업체가 번 돈은 1년 새 65% 늘어났다. 이때 모회사는 4127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건드려 국내 시장을 장악한 게르만 민족의 승리다. 결국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2000억원 배달비를 투자해서 자영업자들을 돕겠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숨통은 트이겠지만 전차군단은 파티를 열지 않을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머리를 모아봤으면 한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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