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삼성전자 ‘적층 경쟁’ 치열
기술력 격차 사라져…향후 점유율 주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를 점한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한 낸드 플래시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4차원(4D) 낸드(사진) 양산에 돌입했다”며 “다시 한 번 기술 한계를 돌파했다”고 21일 말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AI 서버 구축에 나서면서 급부상한 저장장치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에 쓰인다.
낸드의 기술력은 적층(積層·층층이 쌓아 올림) 단수로 판가름한다. 적층은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셀을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최근 적층 경쟁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번갈아가며 기록을 경신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6월 SK하이닉스가 당시 최고층인 238단 제품을 선보였고, 올해 4월 삼성전자는 280∼290단의 1Tb T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SK하아닉스는 이번 제품으로 업계에서 처음으로 ‘300단 낸드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업계에선 양사가 내년에 400단대 낸드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1000단 낸드 개발을 마칠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의 321단 신제품은 낸드 시장 지각변동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2년부터 지난 23년간 ‘낸드 왕좌’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수성했는데, 최근 기술 격차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36.9%,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22.1%, 미국 마이크론 11.8%다.
SK하이닉스는 “이번 321단 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 읽기 성능은 13% 향상됐다. 데이터 읽기 전력 효율도 10% 이상 높아졌다”며 “당사가 300단 이상 낸드 양산에 가장 먼저 돌입하면서 AI 데이터센터용 SSD,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AI 등 AI 스토리지 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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