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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인전 시대가 온다…‘유령전함’ 무인기 항모 주목받는 이유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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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22 09:45:18 수정 : 2024-11-22 09: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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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포항 동쪽 해상. 한국 해군에서 가장 큰 함정인 대형수송함 독도함 갑판이 분주해졌다. 미국 제너럴아토믹사에서 만든 모하비 무인기를 비행갑판에서 띄우는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되자 모하비 무인기는 90m를 질주해 비행갑판에서 날아올랐다. 고정익 무인기가 대형 비행갑판을 갖춘 상륙함급 함정에서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12일 해군이 실시한 전투실험에 참가한 모하비 무인기가 대형수송함 독도함 비행갑판에서 이륙 직전 대기하고 있다. 해군 제공

무인기 기술 발달로 활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오랜 시간 임무 수행이 가능한 다수의 고정익 무인기를 해군에서 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주목받는 개념이 무인기 항모다. 정치·기술·재정적 문제로 전투기 탑재 대형 항모 운용이 어려운 국가에선 전투기보다 훨씬 저렴하고 조종사를 태우지 않는 무인기 항모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인 기술을 대대적으로 도입하는 ‘네이비 시 고스트’를 추진중인 한국 해군도 다수의 고정익 무인기를 운용하는 다목적 함정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무인기 항모인가

 

기존에는 해군에서 무인기의 운용이 제한적이었다. 비좁은 수상함 비행갑판에서 무인기를 띄우려면 경사식 사출기로 쏘아올린 뒤 그물로 회수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파손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헬기와 유사한 회전익 무인기는 운용 반경과 성능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무인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짧은 거리에서도 이륙 가능한 기종이 등장했고, 감시정찰과 지상공격, 해상초계, 통신중계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도 개발됐다.

 

12일 해군이 실시한 전투실험에 참가한 모하비 무인기가 대형수송함 독도함 비행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해군 제공

대규모 전면전 외에도 재난구호, 해양 관측 연구를 비롯한 비군사적 작전 비중이 늘어났지만, 이에 적합한 대형 항모나 강습상륙함의 신규 건조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극소수의 해양 선진국을 제외하면, 정부와 의회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제약을 뛰어넘을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무인기 항모다. 이착륙 거리가 짧은 고정익 무인기는 유인기보다 훨씬 작아서 비행갑판과 격납고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 전투기 조종사 생활공간도 대폭 축소할 수 있다.

 

독도함 배수량(1만9000t급)의 절반 정도 크기에 길이 130m 이상, 폭 20m 수준의 직사각형 비행갑판과 항공기용 엘리베이터를 갖추면 중·소형 고정익 무인기 운용이 가능하다.

 

12일 해군이 실시한 전투실험에 참가한 모하비 무인기가 대형수송함 독도함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비행갑판으로 올라가고 있다. 해군 제공

스키 점프대나 전자식 사출장치(EMALS) 등의 항모 운용기술을 응용하면 탑재중량이나 비행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무인기 항모에서 운용하는 무인기는 전투에서 다양한 역량과 화력을 제공한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표적을 정밀유도무기로 타격하거나 자폭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인간 조종사와 관련된 생리적 한계가 없으므로 유인기보다 훨씬 오랜 시간 비행하면서 대공 순찰, 대잠수함 초계, 공중 전자전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독도함에서 실험됐던 모하비는 최대 25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함대에 대한 위협을 조기에 식별·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무인기가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경항모나 대형 항모가 수행했던 임무를 어느 정도는 대체할 수 있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기는 조종사가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공중기동이 가능하고,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착함할 수 있다. 

 

조종사가 없으므로 유사시를 대비한 해상 수색구조전력을 갖추지 않아도 되고, 기체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실전 교훈을 반영해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면 새로운 전술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현장 지휘관에게 작전 측면에서의 유연성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선 무인기 항모와 관련된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MQ-9 리퍼보다는 작은 중·소형급 무인기 운용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네덜란드 다멘 조선소에서 제안하는 7000t급 다목적 지원함(MPSS) 상상도. 무인기와 헬기 등을 운용한다. 다멘 조선소 홈페이지 캡쳐

네덜란드 다멘 조선소는 지난 3월 포르투갈 해군과 무인기·헬기 등을 탑재하는 다목적 지원함(MPSS)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독도함을 연상하게 하는 직사각형 비행갑판을 지닌 MPSS는 상륙지원, 재난구호, 수색구조, 해양탐사 등을 수행하는 다목적 함정으로 7000t, 9000t 버전으로 구분된다.

 

포르투갈 해군이 선택한 7000t짜리는 길이 107m, 폭 20m, 승무원 48명에 특수 인력 100명과 재난구호인력 42명을 위한 시설이 있다.

 

9000t짜리는 길이가 130m로 상륙정을 수용하는 공간이 있으며 무인수상정 운용도 가능하다.

 

비행갑판에서 수직이착륙 또는 회전익 무인기와 중·소형 고정익 무인기, 헬기를 운항할 수 있다.

 

중국도 무인기 항모 개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사시 대만을 공격하려면 미국처럼 해병대를 지원할 수직이착륙전투기가 필요한데, 중국은 이를 개발하지 못했다. 무인공격기가 수직이착륙전투기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셈이다.

 

중국이 건조하는 최신 076형 강습상륙함은 무인기 항모를 위한 중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상하이 창싱섬 후둥중화 조선소를 촬영한 위성사진 등에 따르면, 076형 강습상륙함은 비행갑판에 전자식 사출기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핵항모 제럴드 포드호에 쓰이는 전자식 사출기는 중국에선 항모 푸젠호에 탑재되어 있다. 076형 강습상륙함에서는 무인기를 이륙시키는데 쓰일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다수의 헬기도 운용한다.

 

영유권 갈등이 지속되는 남중국해에서 상륙함과 더불어 무인기 항모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076형 강습상륙함에서 운용경험을 쌓으면, 무인기 사용에 초점을 맞춘 항모 건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튀르키예 해군 관계자들이 강습상륙함 아나돌루함 비행갑판에 놓인 바이락타르 TB3 무인공격기 뒤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튀르키예는 무인기 항모로 불리는 아나돌루함을 건조했다.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를 탑재하는 강습상륙함으로 만들어졌으나, 러시아산 S-300 지대공미사일 구매를 둘러싼 갈등으로 F-35B 도입이 불가능해지자 무인기 탑재로 바뀌었다.

 

함재기 이함에 필요한 스키 점프대와 항공기용 연료 적재공간 등이 있고, 튀르키예의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성능을 입증한 바 있어서 무인기 항모로의 전환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현재 쓰이는 기종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활약했던 바이락타르 무인기의 개량형인 TB3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아나돌루함에서 첫 자율 이착함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TB3는 30~40대를 아나돌루함에 탑재할 수 있다.

 

항속거리가 매우 길어 장시간 비행작전이 가능하고 탑재량도 충분해서 매우 넓은 해역을 감시할 수 있고, 군집운용에 의한 타격 효과도 클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TB3보다 큰 무인기가 이착함하려면 항모처럼 착함 시스템 등이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향후에 TB3보다 무거운 키질렐마 드론 등을 아나돌루함에서 사용할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미국과 영국, 프랑스처럼 대형 항모를 운용하는 국가에서도 무인기 탑재 시험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에서 모하비 무인기 시험을 실시했다.

 

12일 해군이 실시한 전투실험에 참가한 모하비 무인기가 대형수송함 독도함 격납고에 놓여 있다. 해군 제공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해군은 전임 정부 시절 F-35B를 탑재하는 경항공모함 사업을 추진했으나 효율성과 비용 등의 논란으로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대신 공중·수상·수중에서 무인 전력을 전면적으로 투입하는 ‘네이비 시 고스트’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독도함에서 이뤄진 모하비 무인기 시험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시험을 통해 독도함에서 고정익 무인기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다만 중무장 상태에선 활주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무인기 임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착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무장 상태에서 원거리 감시정찰 임무만 수행해도 한국 해군 함대에는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정찰에 집중하는 것도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독도함은 내년으로 예정된 성능개량을 실시해도 무인기 항모로서의 활동에는 제약이 많은 만큼 이번 시험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함정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군의 ‘네이비 시 고스트’에 따르면, 공중·수상·수중 무인 무기를 통제할 무인전력지휘통제함 확보가 포함되어 있다. 

 

강습상륙함이나 경항모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비행갑판을 갖춘다면 중·소형 무인기 운용이 가능하고, 전자식 사출기를 추가한다면 중무장한 무인공격기나 대잠수함전용 무인기 등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시에는 초계 및 재난구호나 해양연구 등을 진행하고 전시에는 무인기 항모 및 무인 수상정·잠수정 모함 역할을 겸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독도함과 마라도함에 이어 건조될 대형수송함에 무인기 운용능력을 추가하는 방안도 있다.

 

강습상륙함은 4~5대 이상의 헬기가 동시에 이착함할 수 있는 직사각형 형태의 넓은 비행갑판과 격납고, 연료 저장시설과 정비 구역 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중·소형 고정익 무인기 또는 회전익이나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건조 이후에 무인기 운용능력을 추가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므로 기본설계 단계서부터 무인기 탑재 및 운용 개념을 포함한다면 무인기 항모 개념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현재 무인기 항모 개념은 1차 세계대전 직후 항모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초창기 수준이다. 그만큼 의구심 섞인 시선이 많다.

 

하지만 항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의심스런 시선이 많았으나, 2차 세계대전에서 위력을 입증하면서 해전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던 것처럼 무인기 항모 개념도 기술 개발 등이 뒷밤침된다면 항모처럼 미래 해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도 독도함에서의 무인기 실험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의 무인 전력 운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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