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명분 '8분만에 서빙' 미션…총괄셰프 "韓수상자 참석은 처음"
"잠깐! 요리사들의 '손 아래'로는 절대 찍으면 안 됩니다."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찾은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있는 '메인 키친'에 내리자마자 현장 관계자가 신신당부했다.
전통에 따라 노벨상 연회 만찬 메뉴가 당일인 10일까지 비밀에 부쳐지므로,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 수 있는 음식 재료나 요리사들의 '테크닉'을 촬영해서도, 기사화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이날 연회 준비 현장 취재를 위해 사전에 노벨재단측과 일정 조율을 거쳤다. 그런데도 입장 전 까다로운 신원 확인은 물론 이른바 '연회 메뉴 엠바고(보도유예) 서약서'에 서명한 뒤에야 출입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들어간 현장에는 요리사복과 조리 모자 차림을 갖춰 입은 요리사 40여명이 쉴 새 없이 각자 맡은 식재료 손질과 조리에 한창이었다.
기자가 생소한 식재료를 흥미로워하자 "비밀"(It's secret)이라며 재빨리 음식을 트레이로 덮는 이도 있었다.
요리사들은 오직 올해 연회를 위해 선발된 이들로 구성됐다.
20년째 연회 준비를 진두지휘 중인 군나르 에릭손 총괄셰프는 "매년 많게는 80여명씩 노벨상 연회 준비에 참석하고 싶다고 이메일로 신청서를 낸다"며 "스톡홀름 출신이 가장 많지만 올해 유럽 인근 국가는 물론 캐나다, 콜롬비아에서 온 요리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릭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과 관련해서는 "한국 수상자의 (연회) 참석은 처음"이라며 "서로 국적이 다른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므로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듯한 자리"라고 말했다.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스톡홀름이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식에 참석했었다.
세 코스의 메뉴와 함께 연회의 또다른 볼거리는 '한 치의 오차 없는' 서빙일 것이라고 현장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날 부엌 아래층에 위치한 '골든홀'에도 임시 서빙 테이블이 설치되고 있었다.
만찬 당일 세 코스 메뉴가 차례로 3층 부엌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 골든홀로 옮겨지고 나면, 130여명의 스탭이 정해진 동선에 따라 1층 블루홀로신속히 서빙하게 된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서빙이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8분 이내에 전체 1천300여명에게 서빙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한강을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 11명은 국왕 등 왕실 관계자, 주요 귀빈들과 함께 중앙 메인 테이블에 자리할 예정이다.
좌석 배치도는 시상식·연회 하루 전인 9일 공개된다. 한강은 만찬에서 짧은 수상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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