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새 정부 들어서면 외교관계 수립”
시리아에서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친(親)러시아 성향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자 우크라이나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아사드 정권의 시리아는 그간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적극 지지하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였다. 우크라이나는 시리아 새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반러 전선에 동참해줄 것을 바란다.
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환영했다.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1971∼2000년 집권)의 뒤를 이어 시리아 대통령에 오른 아사드는 24년간 독재 정치를 시행하며 대외적으로 러시아에 크게 의존했다. 특히 아사드 정권은 반군과의 내전에서 러시아군의 도움을 받았는데, 최근 수도 다마스쿠스를 반군에 빼앗기며 결국 패망하고 말았다.
아사드와 그 가족은 시리아를 떠나 러시아로 향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사드 일가의 망명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비하 장관은 “아사드는 몰락했다”며 “푸틴에게 베팅하는 독재자들은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푸틴)는 자신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늘 배신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시리아 국민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사드 정권 시절 시리아는 모든 사안에서 러시아와 푸틴 편을 들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빼앗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했을 때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대했지만 시리아는 적극 찬성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입장에선 이 같은 시리아의 처신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시리아에는 러시아군이 주둔해왔다. 그런데 러시아가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올인하면서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반군이 정부군을 무너뜨리고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엔 러시아 주둔군의 시리아 철수,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로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는 자국의 전쟁이 시리아 독재 정권 붕괴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시리아 내 러시아군 주둔은 즉각 끝나야 한다”며 “향후 시리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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