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경찰 향해 폭력 등 행사
내부 들어가 사무실 집기 파손
현재까지 행진… 안국역서 난동
일각선 “경찰측 사전 대처 안이”
대법원장, 오늘 긴급 대법관회의
극우 유튜버, 난입 과정 생중계
“자극적 콘텐츠로 부추겨”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순간 법원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침입해 난동을 부리며 사실상 법원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이 경력을 동원해 법원 내부를 진압하기까지 20여분간 법원은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이날 오전 2시59분 차은경 부장판사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서부지법 주위에 있던 지지자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이후 일부 시위대가 후문 담장을 넘어 법원 경내로 진입했고, “경찰 나와라”라고 외치며 방패를 든 경찰들을 밀어붙였다. 이후 통제선이 무너지고, 경찰과 시위대가 뒤엉키는 과정에서 일부 경찰은 방패를 빼앗겼다.
시위대의 폭력 수위는 일순간 높아졌다. 법원 경내로 진입한 이들은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경찰을 향해 손과 방패, 경광봉으로 폭행을 가했다. 일부 취재기자들에게도 폭행과 협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문 앞에서 대치하던 시위대는 “영장 기각”을 외치며 경광봉과 막대기로 좌측 창문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심지어 소화기까지 던지며 유리창을 파손했다.
오전 3시25분, 깨진 창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진입한 시위대는 “왜 다 안 올라와!”라고 외치더니 본격적인 난동을 부렸다. 책상과 블라인드 등 사무실 집기를 무차별 파손했고, 일부는 5∼7층을 떠돌았다. 소화기로 방화유리문을 부수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 부장판사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차 부장판사는 청사 내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전 3시32분쯤 대규모 경력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지만, 난동은 3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번 사태로 서울 마포소방서에는 오전 2시50분부터 10시30분까지 41명의 부상 신고가 접수됐다. 시위대를 저지하던 경찰도 42명이 다쳤는데, 이 중 7명은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도 영장심사 후 서부지법을 떠나는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차량을 가로막거나 부수면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경찰의 사전 대처가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 때부터 서부지법 주위의 지지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는데, 경찰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틀간 총 87명을 연행해 18개 경찰서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서울구치소와 공수처 등 관련 기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에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지지자들은 오후 1시3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서부지법에서 헌재까지 행진하며 “부정선거 검증하라” “불법탄핵 각하하라” 등을 외쳤다. 오후 4시30분쯤 헌재 인근의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에선 한 시위 참가자가 약 20㎝ 길이의 야구방망이를 소지한 채 난동을 부렸다. 경찰의 자제 요청에도 불응하자 경찰은 해당 시위자를 체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일부 유튜브 채널에선 서부지법에 난입하는 과정이 생중계됐다. 일부 유튜버는 ‘국민저항권’을 주장하는 등 지지자들의 동참을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시위대를 선동하는 극우 유튜버까지 수사받을 여지가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폭력 사태와 관련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향후 2∼3개월 탄핵 정국이 종료될 때까지 이와 유사한 사실상의 내전적 갈등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며 “경찰의 실효적 대응과 함께 이런 행위를 암묵적으로 부추기는 정치권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부지법은 20일부터 정상 운영되지만 차량 운행은 통제되고 신분확인을 거쳐야 출입이 허용된다고 이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번 난동 사태와 관련해 20일 오전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을 통해 “폐허처럼 변한 서부지법 당직실 등의 모습은 단순히 청사가 파손된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의 근간과 사법 권능에 대한 전면 부정이자 중대한 침해 그 자체”라는 깊은 우려의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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