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업 ‘차별 과세’ 보복 예고
제조업 투자안 구체적 제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관세전쟁’을 넘어 ‘세금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예고한 대로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관세를 높여 적자를 메우는 한편 미국 기업 등에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한 나라의 기업이나 국민에는 세율을 높여 보복한다는 방침까지 천명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8위국인 우리도 언제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는 만큼 당장 전방위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관세전쟁 선전포고를 했다.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 시점과 관련해 “아마도 2월1일”이라며 “중국이 펜타닐(좀비 마약)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을 상대로 한 무역적자 문제도 거듭 거론하면서 관세 부과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최대 20%의 보편관세 부과도 언제든지 실행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무역 의존도가 75%가 넘는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넋 놓고 있다간 회복하기 힘든 충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대통령이 자국민이나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의 차별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면 해당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의회 승인 없이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높이도록 규정한 ‘미국법전(USC) 제26권 제891조’ 발동도 예고했다. 별도 각서에선 다국적기업의 세금 회피 방지를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법인세)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과세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이미 도입한 우리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과 내용, 나아가 국제 동향까지 파악해 기업 유치 경쟁에서 미국에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
국정 리더십 공백 상태인 우리 정부는 경쟁국보다 트럼프 2기 출범 대응에 한발 늦었다. 그런 만큼 미국 측 공세를 면밀히 분석해 트럼프 행정부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밀월 관계를 구축했던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때마다 일본 기업의 투자와 현지 고용 현황을 ‘숫자’로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의 제조업이 취약한 만큼 조선·방산·에너지 등에 걸쳐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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