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영문판 출간 앞둬
“1979년과 1980년의 기억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이 한밤중에 거리로 나선 것이죠. 그렇게 과거와 현재는 연결돼 있습니다.”
소설가 한강(사진)이 노벨문학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스웨덴 출국을 이틀 앞두고 있던 지난해 12월3일.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되고, 시민들이 저항하며 국회로 몰려든 일련의 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개별 인터뷰를 거부해온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여전히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이 최근 작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장면들을 연이어 다룬 건 결코 의도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한국의 고통스러운 순간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글로 쓰며 세계의 참혹한 피해자들, 또 그들을 잊지 않는 사람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죽은 기억과 살아 있는 현재를 연결해 아무것도 죽어가지 않게 하는 것은 한국 역사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인류에 관한 일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의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이뤄졌다.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그간 한강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해 온 미국 랜덤하우스 계열 호가스출판에서 ‘We Do Not Part’ 제목로 출간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으로 한동한 분주한 나날을 보낸 이후, 작은 마당이 보이는 햇살이 드는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조용히 글을 쓰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근황을 알렸다. 지난해 심은 야생화에 눈이 쌓이고 한파에 시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하고, 어느 정도 익명성 속에서 부담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 작가에겐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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