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2.0%에 그쳤다.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더 참혹하다. 4분기 성장률은 0.1%로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이다. 시장 컨센서스와 한은의 최신 전망치를 모두 밑도는 ‘성장률 쇼크’ 수준이다. 비상계엄에 따른 소비와 건설 투자 위축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경제팀의 적극적인 재정 대응이 시급해졌다.
당장 올해 성장률 달성이 발등의 불이다. 1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달보다 1.4포인트 낮은 85.9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인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다. 수출 둔화세가 확연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반 토막 난 것처럼 고용 한파도 여전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 1.8%도 달성하기 힘들다. 자칫 성장동력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최악의 경우 0%대 성장률에 머물까 걱정이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선 ‘피크 코리아’ 경고음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 악재에 직면해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미·중 갈등 격화로 통상 환경이 악화일로다.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리더십 공백이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불안감을 키우는 형국이다. 경제 심리 악화로 인한 투자와 소비 감소가 경제 활동을 위축해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정치 불확실성이 성장률을 갉아먹지 않도록 재정·통화 당국의 비상한 대응이 시급하다. 한은이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만큼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물꼬를 튼 만큼 서둘러야 한다. 여·야·정 협의회부터 가동해 지역 화폐·전국민지원금 등 정치색부터 걷어내고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반도체법, 전력망확충법, 고준위방폐장법 등 민생·경제법안 처리도 시급하다. 한은도 실기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2월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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