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머리 손질하고 단정한 차림
金, 염색 못한 듯 흰머리로 출석
구속 후 첫 대면서 상반된 모습
김용현, 尹측 신문에 메모하며 대답
대체로 尹 ‘셀프변론’ 주장에 힘실어
국회 진입 군병력 설명 땐 다른 말도
金, 국회측 신문 거부로 한때 휴정
헌재 주변에 尹 지지자 모여 긴장감
시위대 좌판선 석동현 저서 판매도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도 화요일(21일) 때처럼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채 심판정에 들어섰다. 머리도 잘 정돈된 상태였다. 증인으로 불려온 김용현(사진) 전 국방장관은 회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폴라티를 입고 윤 대통령과 조우했다. 염색하지 못해 머리 뿌리가 하얗게 센 채였다. 이날 방청석에는 국민의힘 소속 6선 의원,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본인 출석 여부를 확인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물음에 잠깐 일어나 “네”라고 대답한 뒤 인사를 했다. 또렷한 목소리로 증인 선서를 한 김 전 장관은 손짓을 해가며 신문에 적극적이었다. 펜을 손가락에 낀 채 질문을 적어가면서 자신감 있게 답하기도 했다. 대부분 ‘경고성 비상계엄’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힘을 싣는 답변이었다.
윤 대통령 측이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줘야 하는데, 야당이 답답하다고 윤 대통령이 토로했는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그렇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국민의 삶과 민생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세 가지, 방탄·탄핵·특검에 매몰된 것에 굉장히 우려를 많이 했고 안타까워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증인 신문을 이어가는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관련한 윤 대통령 측 신문에 김 전 장관은 “내가 써서 실무자를 통해서 줬다”고 밝혔다. 포고령도 박근혜정부 계엄 파동 당시, 계엄 문건과 10·26사태, 12·12 사태 당시 계엄 포고령 10건 이상을 참고해서 자신이 직접 썼다고 했다. 또 “보통 윤 대통령이 보고를 올리면 꼼꼼히 보는데 이번 건은 빠르게 훑은 수준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 내용을 잘못 보고 지나쳤다’는 윤 대통령 측 입장에 힘이 실리는 순간이었다.
김 전 장관은 민주당사와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기관에 군병력을 파견한 것도 자신이었다고 했다. 오히려 해당 시설에 군 병력이 파견된 것을 안 윤 대통령이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도 했다. 정치인 체포 명단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 불러줬다는 것에 대해서는 “체포 명단이 아니라 포고령 위반 여지가 있는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란 차원”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군 병력 규모를 설명하던 중 윤 대통령 측과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연출됐다. 윤 대통령이 멋쩍게 웃으며 “특전사 요원들이 국회 본관 안으로 20여명이 들어간 사진을 제가 봤는데, 특전 요원들이 장관님 보시기에 본관 바깥마당에 주로 있었나 아니면 본관 건물 안으로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간 건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280명은 본관 안쪽 복도 등 곳곳에 있었다”라고 엇갈린 답변을 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증인신문 초반, 국회 측 대리인단 증인 신문을 거부해 8분가량 휴정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내란 임무 주요종사자로 형사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날 증언이 왜곡될 수 있다며 국회 측 증인신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그렇다면 윤 대통령 측 신문도 증언 효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한 뒤에야 증인신문이 재개됐다.
김 전 장관은 증언 도중 변호사와 수차례 귓속말을 나눴는데, 문 권한대행이 “동석하신 분이 증언을 코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제지하는 등 재판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이날 대통령경호처는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과 관련해 경호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헌재 출석 이후 윤 대통령의 동선이 모두 노출됐고, 서울서부지법 난동사태 이후 돌발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날보다 경호 인력을 확대해 추가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인근에는 오전부터 태극기와 성조기,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경찰은 기동대 54개 부대와 경력 3500명, 경찰 버스 160여대 등 장비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현장의 지지자들을 향해 “1인 시위라도 2인 이상 모이면 미신고 집회다. 경찰 안내에 따르지 않으면 해산시키겠다”고 방송했다.
경찰이 설치한 장벽과 바리케이드로 가로막힌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선 집회를 벌이는 지지자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지자들은 노래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우리가 뽑았다”라고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파는 상인 무리는 소형 태극기를 1000원에 팔았다. 가판대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입장을 대변해 온 석동현 변호사가 쓴 책 ‘그래도 윤석열’도 놓였는데, 상인들은 할인해 1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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