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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실명제’의 명과 암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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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7 13:38:13 수정 : 2025-03-17 13: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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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 되어도 데모(시위), 안 되어도 데모, 이제 우리나라는 ‘데모 공화국’ 될 일만 남았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이 텔레비전의 방송 뉴스를 지켜보며 탄식하듯 던진 말이다. 해당 기사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도대체 언제쯤 선고될 것인지 전망하는 내용이었다. 탄핵 찬반을 놓고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진 대한민국 현실을 정확히 지적했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국민 대다수가 헌재 결정조차 승복하지 않는다면 한국을 더 이상 법치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가 경찰의 삼엄한 경비를 받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헌재 청사 앞을 지나고 있다. 최상수 기자

2017년 3월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2016년 12월부터 약 3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관여 재판관 8명 전원일치의 ‘파면’ 결정으로 끝났다. 김이수·이진성·안창호 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있었으나 ‘다수의견에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각자 결정문에 덧붙이고 싶은 개인적 견해를 적은 것인 만큼 의미는 크지 않았다. 김·이 두 재판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점을 질타했고, 안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실패한 근본 원인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면서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는 꼭 13년 전인 2004년 헌재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헌재소장을 포함한 9인의 재판관은 ‘기각’을 선고하며 이것이 전원일치인지, 아니면 탄핵에 찬성한 소수의견이 있었는지 등을 비공개로 했다. 다만 결정문에는 “탄핵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6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는 구절이 있다. 소수의견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시절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개별 재판관 의견 공개를 금지했다.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몇 대 몇’이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서울 안국동에서 연 집회(왼쪽)와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연 집회 모습. 뉴스1

국회는 노 대통령 탄핵심판 종결 후 법률을 고쳐 탄핵심판의 경우에도 개별 재판관 의견을 공개하도록 했다. 소수의견 공표를 의무화한 것으로 ‘탄핵심판 실명제’라고 하겠다. 현재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재판관 8명이 5(찬성) 대 3(반대)으로 갈렸다’는 것을 비롯해 온갖 낭설이 퍼져 있다. 문제는 어떤 결정이 선고되든 탄핵 찬성 진영은 반대한 재판관, 또 탄핵 반대 진영은 찬성한 재판관을 공격 목표로 삼을 것이란 점이다. 심지어 살해 위협 등 테러 가능성까지 거론되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탄핵심판 실명제의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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