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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인 줄 알았는데”…엄마에게 찾아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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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4 05:22:56 수정 : 2025-04-24 0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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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루푸스병', CAR-T로 치료 성과

2009년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5개월째 일이다. 온몸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단순한 임신 중독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병명은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병’. 면역체계가 몸을 공격하면서 온몸에 염증이 일어나는 난치병이다.

 

한식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고은혜씨는 최근 부쩍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동안 건강 문제로 제대로 돌보지 못한 가게를 온전히 꾸려나갈 수 있게 돼서다. 고씨는 2019년부터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병으로 고통받아오다 최근 CAR-T 치료를 통해 회복했다. 고은혜씨 제공

고은혜(43·여)씨는 2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사히 출산을 하고 이후 10년 넘게 치료를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5년 전부터 증세가 나빠져서 혼자 씻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몸이 붓고 통증도 심해졌다”며 “신장 기능도 급격하게 떨어져 낮에 소변도 보지 못하고 밤에 몰아서 보는 등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루푸스 병은 여성 환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루푸스 환자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3만1987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 환자가 2만7409명이다. 4년 전 여성 환자(2만4707명)보다 3000명 가까이 늘었다.

 

발병 원인은 유전자와 호르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명확하진 않다. 일부 바이러스 감염이 면역체계를 자극할 수 있고, 자외선 노출, 이산화규소 먼지, 흡연, 약물도 루푸스 발병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발열, 체중 감소, 피부발진으로 시작해 신장과 관절, 폐 등 장기 손상으로 진행된다. 특히 피부발진의 경우 늑대에 물린 자국처럼 보인다고 해서 라틴어로 늑대라는 뜻의 루푸스가 질환명이 됐다.

 

치료 방법으로는 스테로이드제와 다양한 면역억제제가 있다. 그러나 장기간 스테로이드제를 쓰면 내성이 생겨 치료효과가 떨어지는데다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

 

고씨도 뼈가 괴사되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고씨는 “다양한 면역억제제를 써도 단백뇨와 신장기능이 악화했고, 골반이 괴사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대로가면 혈액투석까지 해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면역항암제 중 하나인 CAR-T 세포치료제를 전신성 홍반 루푸스 환자에 국내 처음으로 투여하는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혈액내과 윤재호 교수, 고은혜씨, 류마티스내과 주지현 교수, 류마티스내과 이봉우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포기하려던 찰나, 희망이 보였다. 주치의인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가 최후의 수단으로 루푸스 치료에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키메틱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써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CAR-T 치료제는 먼저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분리하고,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는 CAR을 달아주는 유전자 조작을 거쳐 만들어진다.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서 암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CAR-T 치료제는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에 효과를 보이며 ‘꿈의 항암제’로 불려왔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는 자가면역질환에도 확대 적용해 치료 효능을 보였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임상 연구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씨는 CAR-T 치료제 투여 후 급속도로 회복했다. 투여 한달 후 급성 부작용 발생 없이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해졌고, 면역억제제를 중단해도 단백뇨 등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류마티스 내과와 혈액내과 간의 협진이 일궈낸 성과다.

 

고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염증 때문에 붓기가 상당했고 관절염 때문에 통증이 심했는데, 그런 증상이 모두 사라져 감격스럽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애써준 의료진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주지현 교수는 “루푸스 환자는 폐, 심장, 신장, 뇌와 같은 주요 장기에 염증이 침범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이번 임상을 시작으로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아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성 루푸스 환자가 완치될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윤재호 혈액내과 교수도 “혈액질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CAR-T 세포 치료법으로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었던 난치성 루푸스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다학제 진료 참여로 난치성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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