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순정’·‘동백 아가씨’ 등 열창
“후배들 조언 기회 많이 있을 것”
“더 없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합니다. ‘은혜를 많이 입고 끝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84)는 66년 노래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감정에 흔들림 없이 팬들에게 담담하게 감사의 메시지를 건넸다.
이미자는 지난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마지막 콘서트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 첫날 무대에서 “가요 생활을 오래 하며 고난도 많았지만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저의 대(代)가 끝나면 전통 가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마음이 굉장히 외로웠다”며 한평생 헌신한 전통 가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곡 녹음도 하지 않고 콘서트도 열지 않겠다고 발표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붉은색 막이 오르고 단아한 정장 차림으로 무대 중앙에 등장한 이미자는 ‘노래는 나의 인생’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아득히 머나먼 길을 따라 뒤돌아보면은 외로운 길 / 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있네∼.’ 이미자가 지난 66년 세월을 되돌아보는 듯한 첫 소절을 부르자 무대 좌우에서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 김용빈, 정서주가 합류했다. 이미자는 후배 가수들과 함께 ‘나와 함께 걸어가는 노래만이 나의 생명’이라고 노래했고, 그가 단단한 고음으로 노래를 마무리하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미자는 “전통 가요를 잘 부를 수 있는 가수는 발라드나 가곡 등 다른 분야의 곡도 충분히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가수는 이 전통 가요를 못 부른다는 것은 제가 자부하면서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훌륭한 후배 가수들이 많은데, ‘옛날에 어떤 노래가 어떤 식으로 불렸다’는 것을 조언할 기회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은퇴라고 이야기를 해 놓으면, 조언하러 TV 인터뷰에 나갈 때 ‘은퇴해 놓고 화면에 또 나온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어요. 은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괴로워요.”
이미자는 이날 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비롯해 최고 히트곡 ‘동백 아가씨’ 등 직접 선곡한 곡을 절절한 목소리로 노래했고, 관객은 함께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그는 모든 노래가 끝낸 뒤에는 만감이 교차한 듯한 표정을 짓고서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26∼27일 열린 그의 마지막 공연은 전석매진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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