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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3년 만에 사법리스크·계엄 고비 뚫고 다시 닻 올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 2025대선 - 이재명 , 대선

입력 : 2025-04-27 21:15:30 수정 : 2025-04-27 21: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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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누구인가

흙수저 소년공
초교 졸업 후 취업한 공장서 산재 아픔
‘주경야독’ 중앙대 법학과 거쳐 변호사
노무현 강연 듣고 감명… 시민운동 길

위기마다 기사회생
2024초 피습… 목 찔렸지만 치명상 피해
계엄 때 국회로 이동, 6시간 만에 해제
4월 선거법 위반 항소심 무죄 선고

비주류 딱지 떼고 당 장악
성남시장·경기지사 발판 대권 도전 석패
보선 통해 국회 입성… 본격 여의도 정치
2024년 당대표 재선 성공… 당내 기반 탄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자주 강인한 생명력을 부각하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후보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 후 불과 3년 만에 ‘중앙정치 경험 부재’, ‘당내 기반 부족’, ‘사법 리스크’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세 번째 대권 항해의 닻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를 ‘불사조’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무리 여러 번 죽을 고비에 내몰려도 이겨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1월에는 부산 일정 도중 60대 남성에게 피습을 당했다. 흉기로 목을 찔렸지만 다행히 치명상을 피했다.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사법 리스크도 상당 부분 털어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지난달 이뤄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빠른 상황 판단으로 12·3 비상계엄의 위기도 넘겼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후보의 곁을 지켜온 한 측근은 “이 후보의 정치 인생이 결코 순탄치 않았기에 측근들도 함께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어야 했다. 힘들어서 번번이 ‘이번만 잘 넘어가게 돕고 다른 길을 찾아볼까’ 생각했지만 하나의 위기를 넘기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는 식이라 계속 곁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982년 중앙대 입학식에 교복을 사 입고 참석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이재명캠프 제공

◆‘흙수저’ 소년공 출신

 

1964년 경북 안동 화전민 가정에서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이 후보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다. 최근 펴낸 책에서 어린 시절을 기록한 대목의 첫 문장을 ‘나의 어린 시절은 참혹했다’고 쓸 정도로 이 후보는 가난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견뎌야 했다. 어머니는 경기도 성남의 시장통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휴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가족은 시장에서 버린 썩은 과일로 배를 채우며 살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 후 집안 사정으로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중학교 입학 대신 소년공으로 공장에 취직했다. 소년공 생활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야구 글러브 제작 공장에서 일하던 중 프레스 기계에 왼팔 손목이 눌려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팔이 굽은 채로 살아야 했고, 결국 6급 장애 판정을 받아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

 

산업재해뿐 아니라 고된 중노동과 가혹 행위에도 시달렸다. 폭력이 만연한 노동환경에서 소년 이재명은 관리자가 되면 매를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공부에 매진했고, 1년 3개월 만에 고입·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공장일과 병행하며 학력고사를 봐서 중앙대 법학과에 전액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1990년대 중후반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어느 토론회장에서 찍힌 모습. 이재명캠프 제공

◆‘인권변호사’에서 정치의 길로

 

이 후보는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입소한 사법연수원에서 그의 인생 향방을 바꾼 중요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당시 특별 강사로 초청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강연을 들은 이 후보는, 연수원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고도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해 성남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활동하며 주로 노동·인권 변론을 맡았고 1995년 ‘성남시민모임’에 창립 구성원으로 함께하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04년 성남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 발의로 만든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당시 성남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의원들에 의해 토론 없이 부결되자 크게 분노한 이 후보는 이를 계기로 정치 입문을 결심하게 됐다.

2006년 정치권에 첫발을 디딘 후 이 후보는 두 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민선 4기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2008년에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성남 분당갑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선했다. 2010년 민선 5기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첫 승리를 거뒀고, 2014년에는 55.1%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수원=연합뉴

◆경기도지사 발판으로 대권 도전

 

이 후보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2017년 ‘장미 대선’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8년 이 후보는 민선 7기 경기도지사직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 출신으로 20년 만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도정을 이끄는 동안 기본소득을 비롯해 기본금융,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를 자신만의 정책 의제로 구체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서는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로 주목을 받았다. 2022년 3월,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당내 기반과 조직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해 1월 부산에서 60대 남성에게 목 부위를 피습당하고 바닥에 쓰러져 호송을 기다리는 모습. 부산=연합뉴스

◆여의도 입성… DJ 후 첫 재선 당대표

 

이 후보는 제20대 대선 패배 후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제8회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통상 대선 패배 후 후보 본인은 당분간 두문불출하거나 해외로 출국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였지만, 이 후보는 이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방 정치와 행정 경험은 풍부했지만, 원내 경험이 없던 이 후보에게 당 장악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빠르게 당권을 확보하며 2022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들을 꺾고 77.7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첫 번째 대표 임기 중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 후보는 친명계 중심으로 당내 구도를 재편했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며 ‘비명횡사 공천’ 논란이 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 후보 본인도 인천 계양을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재선에 성공하며, 이 후보는 민주당 계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당대표가 됐다.

지난해 8월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재선에 성공한 뒤 당 깃발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계엄 해제·탄핵 정국 이끌고 조기대선 출마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이 후보는 누구보다 체포 위험이 큰 상황이었다. 그는 라이브 방송을 켠 채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시민들에게도 “지금 당장 국회로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비상계엄이 불과 6시간 만에 해제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후보의 빠른 판단과 행동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타임지는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이 후보를 선정하며, 그가 계엄 명령 철회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계엄 해제 이후,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까지 넉 달 동안 이 후보는 탄핵 촉구 여론을 이끌며 유력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6·3 조기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지난 9일 당대표직에서 사퇴하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조용한 경선’ 전략을 앞세운 이 후보는 압도적 표차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며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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