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땐 하얀 연기, 실패 땐 검은 연기
5월 6일부터 11일 사이에 열릴 듯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가 26일(현지시간)로 마무리되고 교황청은 새롭게 가톨릭교회를 이끌게 될 새 수장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준비에 돌입했다.

콘클라베는 13세기부터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고 독특한 교황 선출 방식이다.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다’는 뜻에서도 알 수 있듯 추기경들은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격리된 상태로 시스티나 성당을 오가며 투표에 참여한다.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추기경은 교황 선종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에 한하며 이들은 별도의 후보자 없이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적어 낸다. 이 투표의 결과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를 피워 새 교황 선출을 세계에 알리고, 만일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검은 연기를 피운 뒤 동일한 절차를 반복한다.
공식적인 콘클라베 기간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4일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사이에 콘클라베를 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해 대다수 외신은 콘클라베가 내달 6일에서 11일 사이에 막을 올릴 것이라 전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 선거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추기경단은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튿날인 22일 첫 일반 회의를 열어 콘클라베까지 일정과 실무 계획, 이슈, 우선순위, 주목할 인물 등을 논의했다. 회의는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 135명 대부분이 로마에 집결하는 28일 열리는 다섯 번째 일반 회의부터 더 본격화된다.


하루 두 번씩 열리는 일반 회의는 콘클라베만큼이나 중요한 선거의 장이 될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이른바 ‘주변부’ 국가들에서 추기경을 대거 임명함에 따라, 추기경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뀐 인적 구성으로 인해 일반 회의에서 거듭되는 짧은 연설과 비공식적 대화를 통해 추기경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어젠다와 우선순위, 인물의 카리스마 등을 가늠하는 과정이 콘클라베에서의 교황 선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콘클라베 개최에 앞선 다음 일주일 동안 진영이 선명해지고, 유력한 후보가 부상하거나 추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일반 회의에서 추기경단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콘클라베 자체도 이런 ‘선거운동 기간’의 연장이 될 수도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20세기 들어 평균 사흘 만에 끝나는 등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최근 콘클라베의 추세와 달리 이번엔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