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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6개월 만에 기지개 켜는 정상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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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1 23:02:53 수정 : 2025-06-01 23: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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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통령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지난해 12월3일 방한 중이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대변인이 자국 언론에 전한 메시지다. 그날 오전 자파로프 대통령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니 자파로프 대통령 일행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이튿날 한 가지 남은 일정이 있었으나 자파로프 대통령은 이를 취소하고 급히 한국을 떠났다. 유례를 찾기 힘든 외교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계엄이 선포된 그 시각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일본에 있었다. 그는 방일 일정이 끝나면 12월5일 한국을 찾아 사흘간 머물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엄 사태 하루 만인 12월4일 스웨덴 정부는 “총리의 방한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 본인은 스웨덴 매체에 “이번 일에 매우 놀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스웨덴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이 확대될 것을 전망한 국내 방산업계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외교보좌관은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아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2025년 중 마크롱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엄 사태로 이 또한 성사 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소추위원을 맡은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2월25일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에서 “2025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프랑스 대통령 방한도 연기되는 등 국격 실추에 따른 피해가 너무도 크다”고 주장했겠는가.

대선이 내일로 다가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6개월간 중단된 정상 외교도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당장 오는 15·16일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24·25일에는 네덜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각각 열린다. 앞서 캐나다는 한국을 옵서버 국가로 G7 회의에 초청할 의향을 밝혔다. 나토 회의의 경우 2022년부터 한국이 파트너 국가 자격으로 줄곧 참여해 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들 회의에 꼭 함께해 우리 국익을 대변해야 할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외교는 곧 생명줄이나 다름없음을 새기길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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