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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금리인하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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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4 23:06:07 수정 : 2025-06-04 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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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경기 부양 급하지만, 단기성과 매몰 안 돼

새 정부는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후 이어진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출발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3개월 만에 0.8%로 반 토막 냈고, 해외기관 중엔 0.3%를 제시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돈 것은 1998년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0.7%) 이후 처음이다.

김수미 경제부 선임기자

금융위기 수준의 악조건 속에 새 정부는 민생 지원과 성장률 회복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를 모두 쓰려고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추가경정예산을 30조원 이상 편성하겠다고 약속했고,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기준금리 인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저성장,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에 직면할 때마다 정권은 기준금리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너무 쉽게, 서둘러 꺼낸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 완화에 집중하던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공개적으로 한은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는 2014년 9월 이주열 당시 한은 총재와의 저녁 회동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척하면 척”이라고 답했고, 한은은 그해 8월을 시작으로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1.25%까지 끌어내렸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합세해 ‘선제적 금리 인하론’을 띄운 것도 모자라 7월15일 국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회의에 한은 부총재를 참석시켜 대놓고 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가 국회 상임위도 아닌 여당 특위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8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자 ‘실기론’으로 이창용 총재를 공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교체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권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가계부채 폭증, 자산 버블, 경기 침체 등 교과서에 나온 대로였다. 이창용 총재가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춰 코로나19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그 파장은 더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Fed·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재촉하며 해임 협박까지 하자 월가는 경고음을 울렸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전략 총괄 크리슈나 구하는 “만약 실제로 연준 의장을 해임한다면 채권금리 상승, 달러 가치 하락, 주식 투매 등 강한 시장 반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신뢰를 잃으면 미 국채 매도세가 거세지고 이에 따른 탈달러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미 국채 금리(수익률)는 오르는데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같이 움직인다.

올해 1분기 가계 빚이 1928조원을 넘어섰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추가적인 금리 인하와 추경에 대한 기대감, 대출 막차 심리까지 더해져 지난달에는 가계 빚이 한 달 새 6조원 늘며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연간 100조원씩 증가하는 속도대로라면 연내 2000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경기 부양도 중요하지만 단기 성과에 급급해 함부로 휘둘러선 안 된다. 새 정부는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규제 완화와 산업 구조 전환 등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김수미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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