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남성 백조들의 군무 …마치 영화같은 서사

입력 : 2025-06-30 20:30:00 수정 : 2025-06-30 20:07:38

인쇄 메일 url 공유 - +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6번째 내한 성료

6년 만에 우리나라에 다시 날아온 매튜 본의 백조가 더 젊어진 춤을 보여줬다. ‘남성 백조’라는 파격과 함께 극 중 배치된 다양한 상징과 풍자, 서사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듯했다.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지난 18∼29일 열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사진) 여섯 번째 내한 공연은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부제를 단 30주년 기념 무대로 진행됐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역시 세대교체였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수년간 중단됐던 공연을 2024년 11월에야 재개했다. 매튜 본은 직접 길러낸 젊은 무용수들을 새로 투입했다. 그래서인지 관록보다 열정이 더 뜨겁게 느껴지는 무대에서 무용수들의 연기가 빛나났다.

특히 작품이 지닌 다층적 매력 중 하나였던 남성 백조의 군무가 지닌 매력은 여전하면서도 왕자가 겪는 감정의 굴곡과 비극적 결말이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고전발레의 가치를 전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1995년 초연 이후 수많은 분석과 평가 속에 화제작에서 걸작으로 그 위상이 변해왔다. 초연 당시에는 남성 백조에 충격받은 일부 관객이 중도 퇴장했을 정도다. 그러나 전통을 거스르는 대담한 시도와 강렬한 서사, 관능적인 군무는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거듭 무대가 새로워지면서 왕자의 심리적 고립과 억압된 욕망, 오이디푸스적 갈등이 더욱 부각되었고, 클래식 발레에 대한 날카로운 패러디 역시 더욱 정교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매튜 본의 백조들은 마치 정교한 설계도를 보고 그린 듯한 춤과 무대를 보여줬다. 영화 장면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에는 많은 상징과 은유가 심겨 있었다. 주요 장면 마지막은 시선을 사로잡는 정지 화면처럼 연출되며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달밤 호숫가 백조들의 군무가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만 그보다 압권은 왕자 침대 밑과 뒤편에서 빠져나온 백조들의 혈투였다. 새로운 고전으로서 사랑을 구원하기 위한 헌신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매튜 본이 창조한 백조들이 보여준 춤은 이미 한 세대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고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박성준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엔믹스 규진 '시크한 매력'
  •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박보영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