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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특혜 논란 키운 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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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30 22:42:37 수정 : 2025-07-30 22:42:36
김유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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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봉합 수순 다행… ‘사과 없는 복귀’는 안 될 말

3년 전 서울에서 세종에 내려와 살 동네를 고를 때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출퇴근할 정부세종청사와의 거리, 어린이집 여건 등 여러 조건 중 하나는 소아 응급실과의 거리였다. 10년 넘게 기자일을 하며 많은 사고를 접한 탓에 마음속엔 늘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소아전문응급센터가 있는 세종충남대병원과 차로 5분 거리인 곳을 택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응급실을 찾을 일은 없었지만, 길을 오가다 병원을 보면 든든한 마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런 든든함도 옛말이 됐다. 지난해 의정갈등이 불거진 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실 운영을 축소했다.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업무량을 견디지 못한 전문의들도 병원을 떠났다고 한다. 지난해 9월부턴 오후 6시 이후 성인 야간 응급진료가 중단됐고, 소아 응급센터도 올해 3월 오전 10시∼오후 10시로 운영 시간을 줄였다. 성인 응급실은 몇 달 전 24시간 운영을 재개했으나 세종의 유일한 소아 응급센터는 여전히 오후 10시면 불이 꺼진다.

김유나 사회부 차장

늦은 밤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도 가까운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크다. 인근에서 사고를 당한 이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강원도까지 갔다는 말을 들었을 땐 등골이 서늘했다. 그야말로 사회안전망의 한 축이 무너진 기분이다.

최근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을 보며 안도의 한숨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1년 반 동안 관련 기사를 써온 교육부 담당기자로서는 물론 비수도권 거주자,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평행선을 달리던 의정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드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갑작스러운 복귀가 마냥 곱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유급 의대생의 2학기 복귀를 열어준 것을 두고 ‘과도한 특혜’란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일각에선 복귀를 막고 강경 대응하는 것이 ‘사이다’로 여겨지는 듯하다. 하지만 사이다를 마신 뒤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순간 속 시원해한 뒤 남는 찝찝함도 우리 몫 아닌가.

현재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이다.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는 남은 인력이 간신히 받치고 있다. 한 해 의대 입학생은 3000여명이지만, 올해 2월 졸업생은 140명에 그쳤다. 응급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의대생이 몇 년 없어도 아무 문제 없다”는 얘기는 한가롭게 느껴진다. 정부의 결단은 의대생들이 ‘학칙 위에 군림하는 귀하신 몸’이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지금은 특혜 논란보다는 어떻게 교육을 잘할지에 집중할 때”란 교육부 대변인의 말처럼, 무엇보다 의대 정상화가 시급하다. 의대생을 악마화해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있다. 정부가 원칙을 거스른다는 비판까지 받으며 복귀책을 내놨지만 의대생 단체는 사과나 감사 등 공식적인 반응 없이 ‘당연한 권리를 되찾은 것처럼’ 조용히 복귀하고 있다. 본인들은 자신이 피해자라며 억울할 수 있으나 국민 반감을 키운 데엔 ‘난 잘못한 게 없다’는 듯한 태도도 한몫했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생 복귀 대책 발표 후 “아이들이 1년 반이나 학교 밖에 있었고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한 것은 교육부가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려야 할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사직 전공의들도 환자단체를 찾아 “사태가 장기화한 데 의료계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사과했다. 이제는 의대생들도 입을 열 때가 아닐까. 학교를 떠났을 때처럼, 사태를 수습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김유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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