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1000만원대 팔찌, 몇 달 만에 끊어져”…집단분쟁조정 준비
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가 2025년 들어서만 세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과 동시에 품질 하자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에서 변색, 끊어짐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브랜드의 사후 대응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집단분쟁조정’ 신청까지 검토하는 등 사태는 점차 커지고 있다. 가격은 올랐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만 세 번째 인상…최대 20% ↑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이달 10일부터 주얼리 일부 품목의 가격을 2~5% 추가 인상했다.
이는 지난 2월, 5월에 이은 세 번째 인상이다. 연내 세 차례 가격 인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제품의 가격 상승폭은 눈에 띈다. △‘러브(Love) 팔찌 오리지널’은 1060만원→1170만원 △‘러브 반지 스몰’은 179만원 → 203만원 △‘저스트 앵 끌루(Juste un Clou) 팔찌 스몰’은 515만원 → 600만원 △‘트리니티 반지 스몰’은 204만원 → 249만원이다.
일부 제품은 올해에만 약 20%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와 환율, 금값 상승 등 글로벌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까르띠에의 인상 속도는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가 제품서 연이어 발생하는 하자…품질 논란 ‘확산’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보다 더 큰 문제는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다. 명품 관련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까르띠에 제품의 변색, 끊어짐, 도금 벗겨짐 등 하자 사례가 연일 공유되고 있다.
75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커뮤니티 ‘시크먼트’에는 “수백만원짜리 팔찌가 몇 달 만에 끊어졌다”, “도금이 벗겨졌는데도 유상 수리를 요구받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하자 발생 후 브랜드의 대응이다. 소비자들은 보통 6개월 이내 제품 결함이 발생하면 교환이나 환불을 기대하지만, 까르띠에 측은 이를 무상 수리가 아닌 ‘유상 수리’로 안내한다.
프랑스 본사 검수를 이유로 수개월 대기를 요구하는 등 비효율적인 고객 응대를 보이고 있다.
한 소비자는 “1000만원 넘게 주고 산 팔찌가 몇 달 만에 끊어졌는데 교환은 어렵고 수리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명품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들 ‘집단분쟁조정’ 나서나…공식 대응 촉구 움직임
소비자들의 불만은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사례를 취합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분쟁조정’은 동일한 유형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함께 분쟁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로, 조정 결과에 법적 구속력이 부여된다.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피해 구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품 소비자층의 소셜 미디어 파급력과 결집력이 높기 때문에, 사안이 더 커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명품은 제품 아닌 브랜드 경험”…신뢰 흔들리는 까르띠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불량 이슈를 넘어, 브랜드 신뢰도 전반을 흔드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단순히 고급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희소성·디자인·서비스·브랜드 경험을 모두 포괄하는 ‘신뢰의 집합체’”라고 강조하며 “고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서비스와 품질 관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소비자의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명품 소비자일수록 사후 서비스에 민감하다. 하자 대응은 제품 만족도를 넘어 브랜드 충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까르띠에는 지금이야말로 품질 관리와 고객 대응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명품은 단순히 비싼 물건이 아니다. 소비자는 가격 이상의 브랜드 가치와 경험, 신뢰를 구매한다. 까르띠에의 잇단 가격 인상과 품질 논란은 그 본질을 흐리는 행보로 비칠 수 있다.
명품 시장이 더 이상 일부 상류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지금,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살아남는다. 까르띠에가 이번 위기를 단순한 불만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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