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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소개한 학교선배가 대포통장 모집책… 현지에 가니 “빼돌린 돈 내놔라” 폭행 시작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피해 확산]

입력 : 2025-10-14 06:00:00 수정 : 2025-10-14 11:29:03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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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캄보디아 사망 사건의 전말

출국 8일차 가족에 SOS전화
경찰·외교부 신고했지만 ‘비극’
캄보디아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
국내선 수사자료도 못 본 상태

캄보디아로 떠난 지 20여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박모(22)씨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약 180㎞ 떨어진 캄폿 보코산 인근 마을의 검정색 포드 차량에서 박씨 시신이 발견됐지만 두 달간 시체 송환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 국민 분노가 증폭되는 가운데 캄보디아 당국이 사건 처리에 비협조적인 상황 외에도 우리 외교 당국과 경찰이 제때 역할을 했는지도 점차 확인될 전망이다.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박람회를 다녀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학 선배 홍모씨의 권유로 7월17일 캄보디아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캄보디아로 떠난 청년 다수가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위해 범죄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만큼 홍씨 역시 박씨에 불법 일자리를 알선한 것으로 보인다. 홍씨는 현재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한 박씨는 한 중국인 범죄조직에 의해 감금됐다. 이후 마약 운반 등 불법행위 참여를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캄보디아로 떠난 8일 뒤인 7월25일 박씨 가족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박씨는 가족과 통화에서 자신 명의 계좌를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넘겼는데 그 안에 입금된 5700만원 상당의 돈이 갑자기 사라졌다면서 자신이 이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박씨 친형은 곧바로 112와 외교부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실종자의 정확한 위치 정보가 없어서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때쯤 박씨는 범죄 조직으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협박과 함께 마약을 강요받고 구타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 텔레그램 채널은 제보를 통해 입수한 박씨의 생전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들은 박씨에 마약을 강제로 흡입하게 한 뒤 계좌와 OTP(일회용 비밀번호) 등을 가져온 경위를 설명하도록 했다. 박씨와 함께 감금됐다가 구조됐다는 A씨는 “박씨는 (구타를 당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목에서부터 종아리까지 전부 다 피멍이 들어 온몸이 그냥 보라색이었다”고 박찬대 의원실을 통해 증언했다.

박씨는 8월8일 보코산 인근 마을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 관련 제보를 받은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구타 후 박씨를 다른 조직에 (가상자산) 3000테더(약 450만원)를 받고 팔려고 했다”며 “그 과정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숨진 것”이라고 전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다음날인 9일 한국인 사망 사실을 확인했고, 11일 한국 경찰에 신원확인을 요청해 숨진 이가 박씨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청은 이후 대사관을 통해 캄보디아 경찰에 수사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캄보디아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법무부, 외교부 등을 통해 형사사법공조를 공식으로 요청하라고 전했다고 한다. 경찰은 9월에야 법무부를 통해 형사사법공조를 진행했지만 박씨 사망 이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협의는 완료되지 않았다. 경찰은 박씨 관련 수사기록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유가족은 박씨 시신도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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