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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 사는 남성, 사망 위험 2.3배 높다”…어디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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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4 05:00:00 수정 : 2025-10-14 05:21:49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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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집이 심장을 멈춘다”…주거 환경이 수명 결정한다는 과학적 근거

노인이 어떤 집에 사느냐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쿄과학연구소(Institute of Science Tokyo) 와타루 우미시오 조교수 연구팀은 임대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사는 고령자는 자가 아파트 거주자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심장은 우리가 사는 집의 온도를 기억한다. 게티이미지

원인은 단순하다. ‘온도’ 때문이다. 집이 차갑고 실내 온도가 불안정하면, 심장은 그만큼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집의 온도가 수명을 결정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발표한 ‘주거와 건강 지침(Housing and Health Guidelines)’에서 “추운 집은 뇌졸중과 심장병 발생률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추위에 노출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이는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일본은 2024년 개정한 ‘심혈관질환 진료 지침’에 주거 환경을 공식적인 위험 요인으로 포함시켰다.

 

의료계가 ‘심장 건강은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 것이다.

 

◆3만8000명 추적 연구…“원인은 냉기와 온도 불안정성”

 

연구팀은 평균 연령 73.6세의 노인 3만8731명을 6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임대 아파트 거주자는 자가 아파트 거주자보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1.78배, 남성만 보면 2.32배 높았다.

 

연구기간 중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881명(2.3%)이었다.

 

가장 안전한 주거 형태는 자가 아파트였다. 가장 위험한 주거 형태는 임대 아파트였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BMJ Public Health에 실렸다.

 

연구진은 주택 구조와 단열 성능의 차이에 주목했다.

 

단독주택은 사방이 외기에 노출돼 열 손실이 크고, 실내 온도 변동 폭이 크다. 아파트는 이웃 세대에 둘러싸여 열 보존 효과가 있다.

 

임대 아파트의 경우 단열이 특히 부족하다. ‘분리된 유인책(split incentive)’ 즉, 단열 개선에 드는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지만 혜택은 세입자가 보는 구조 때문에 투자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임대주택 중 이중창이나 복층유리를 설치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자가주택(3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의 연구에서도 임대주택 거주자의 실내 온도는 자가주택보다 평균 1.76도 낮았다.

 

◆“남성이 특히 취약”…고혈압·혈압 변동성이 관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은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남성이었다.

 

일본고혈압학회 지침에 따르면 60~70대 남성의 평균 수축기 혈압은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높다.

 

혈압이 높은 상태에서 실내 온도 변화가 크면 혈관 수축이 반복되면서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WHO “실내온도 18도 이상 유지” 권고…전문가들 “주거의 질은 건강의 문제다”

 

연구진은 WHO 기준에 따라 실내 온도를 최소 18도 이상 유지하고 단열 성능을 강화하면 남성과 노인의 심혈관 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고품질 주거 환경 확산 정책은 심혈관 건강 개선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는 ‘지구 건강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차가운 벽과 바닥은 결국 우리의 혈관을 조인다. 게티이미지

보건정책 한 전문가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주거의 불평등이 아닌 건강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며 “고령자 대상의 주거 단열 강화와 실내온도 기준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철 보건소는 체온관리뿐 아닌 실내온도 점검·보온용품 지원 등 ‘주거 건강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장은 우리가 사는 집의 온도를 기억한다.

 

차가운 벽과 바닥은 결국 우리의 혈관을 조인다. 건강은 병원이 아닌 거실의 온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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