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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켁' 숨소리만 들린 신고 전화… "위험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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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3 14:22:13 수정 : 2025-11-03 14:22:12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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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직감한 전북 119상황요원, 20대 생명 살려

전화기 너머로 들린 건 “켁… 켁…” 하는 숨소리뿐이었다. 말 한마디 들리지 않는 한 통의 신고 전화였지만, 119 상황요원은 지금 누군가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전북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당직 근무 중인 김세민 소방교.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전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김세민(34) 소방교가 신속한 판단과 대응으로 자살을 시도한 20대 남성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소방교가 신고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39분쯤. 벨 소리가 울리자마자 수화기를 집어들었지만, 들리는 건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그는 “여보세요? 신고자분, 들리시나요?”라고 외쳤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몇 초가 길게 늘어지자 김 소방교는 단순한 장난 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즉시 시스템을 확인했다. 신고 위치는 군산시 소룡동 인근으로 포착됐다. 지체할 틈이 없었다. 그는 신고 접수 36초 만에 구급차와 펌프차,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고,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하지만, 119가 현장에 출동했을 땐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때 김 소방교가 다시 움직였다.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좌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지령을 내렸다.

 

“건물 뒤편 공영주차장 쪽, 그쪽으로 수색하세요.”

 

그 지시가 있은 지 5분쯤 지나 현장 대원들의 무전이 들려왔다. “신고자 발견! 주차장 인근 컨테이너 옆입니다!”

 

현장에는 목을 맨 채 의식을 잃은 20대 남성 A씨가 있었다. 대원들이 즉시 줄을 풀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얼마 후, 약한 숨소리가 돌아왔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의식과 호흡을 되찾았다. 현재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상담을 받으며 회복 중이다.

 

이번 사건은 ‘말 없는 신고자 구조’라는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119 상황요원의 직감과 빠른 판단력, 그리고 GPS 기술 활용이 만든 생명의 기적이었다.

 

“숨소리만으로도 위험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

 

김 소방교는 당시 위급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지난해 ‘상황관리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베테랑이다. 그는 교통이 불편한 섬 지역의 경운기 사고 환자를 신속히 헬기로 이송해 구조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119의 역할은 순간의 판단에서 시작된다”며 “상황요원의 판단력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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