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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I 기술로 새 국방 솔루션 제공… 혁신으로 전장 흔든다 [디펜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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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4 06:00:00 수정 : 2025-11-03 18:28:01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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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흐름 바꾸는 신흥 테크기업

전차 등 거대 장비 중심 시장서 탈피
전쟁의 핵심 요소 무기→정보로 변화
신흥 테크기업들 주요 플레이어 부상

다양한 데이터 융합·분석해 전략 구상
팔란티어·안두릴 등 기업들이 대표적
무인전투기 등 무인기 분야도 대세로

中도 스타트업들이 軍 첨단화 이끌어
AI 딥시크 활용한 전투기 개발 움직임
방산업 급격한 변화 소용돌이 불가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방위산업계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보잉, 에어버스를 비롯한 소수의 대형 방산업체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첨단 기술을 지닌 신흥 테크 기업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전차나 전투기처럼 거대한 장비를 만드는 대신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무인체계 등의 첨단 기술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방위산업에 적용하는 신흥 테크 기업의 성장은 방위산업계와 군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업체 크라토스가 만든 XQ-58A 무인전투기가 시험비행을 하면서 정밀유도무기를 투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SF처럼 전장을 바꾸는 미국 테크 기업

세계 각국 방위산업체들이 모여드는 글로벌 대형 방산전시회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전차나 전투기, 미사일처럼 거대한 무기를 선보이는 기업의 부스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기 실물 또는 모형 대신 대형 모니터나 가상현실 장비만 있는 기업 부스에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다.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워 다양한 종류의 국방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솔루션은 기존의 인식을 깨는 혁신적인 것으로, 때로는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는 세상 곳곳을 비추는 수정구슬 ‘팔란티르’가 등장한다. 영화 속 마법사들은 팔란티르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도 알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능력을 발휘하려는 기업이 있다. 미국 AI 회사인 팔란티어다.

 

팔란티르에서 이름을 딴 팔란티어는 전쟁의 중심 요소를 ‘무기’에서 ‘정보’로 옮겨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냈다. AI 소프트웨어로 데이터를 융합·분석해서 군사 전략을 짜거나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에서도 데이터 수집·분석을 담당, 작전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군에 표적 정보 등을 제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골든 돔’의 정보 분석을 팔란티어에 맡겼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선 아라고른이 명검 ‘안두릴’을 들고 마왕 사우론의 군대와 싸워 승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란을 평정하는 데 쓰인 명검의 이름은 미국 AI·드론 업체인 안두릴이 사용하고 있다.

안두릴은 AI와 무인체계, 소프트웨어 등 정부가 원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장비를 먼저 개발, 정부와 군에 제안하는 사업 방식을 쓴다.

올해 연말까지 재사용 요격 드론인 로드러너 500대를 미군에 납품하며, 미 해병대와 특수작전사령부에는 무인기 대응체계를 공급한다. 미 공군이 6세대 전투기에 적용하고자 추진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에서 무인전투기 역할을 맡을 기종으로서 안두릴이 만든 YFQ-44가 후보에 포함되어 있다. YFQ-44는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시험비행에 나섰다. 안두릴은 설계 착수부터 반(半)자율 첫 비행까지 55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면서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개발 및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호주 해군이 도입할 초대형 무인잠수정인 고스트 샤크도 안두릴이 제작한다.

미국의 크라토스는 무인·위성통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첨단 미래 기술이 포함된 제품과 시스템을 정부나 군의 요청이 있기 전에 미리 설계한다.

크라토스가 만든 XQ-58A 무인전투기는 스텔스 성능을 지니고 있어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을 낮췄다. 전투 손실을 고려해 낮은 비용과 유연한 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되고 있다. AI가 비행과 표적 탐색을 담당하며, 최대 56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전자전 및 가상훈련 시스템, 무인표적기 등을 개발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에 공급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AI 기반 기술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국방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통신망이 위력을 발휘하자, 암호화·보안 기능이 강화된 스타링크가 등장해서 미군과 사용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발사체 재사용 기술로 위성 발사 가격을 낮춘 덕분에 다수의 군사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AI, 드론,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 중”이라며 “소규모 기술 중심 기업들이 제공하는 드론, 로봇 등의 첨단 기술이 오늘날 방산기업 상위 100위 순위를 재편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의 AI 딥시크. AP연합뉴스

◆중국 AI 스타트업 기술, 군용으로도 쓰여

중국도 AI와 소프트웨어, 무인체계 기술을 개발하는 민간 스타트업 회사들이 중국군의 첨단화를 돕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과 달리 중국 스타트업·테크 회사들이 국방 분야에 관여하는 수준은 베일에 싸여 있다. 중국 내 대형 국영 방위산업체는 미국 등 서방의 감시체계가 작동하지만, 작고 민첩한 신생 AI 스타트업은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국의 AI 딥시크는 출시 직전까지도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내 상업용 AI·로봇·드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군이 이를 활용해 실전에 적용하면서 민간 기업 연구·생산 역량이 군대로 이전되고 있다. 유사시 군용으로 개조하거나 소프트웨어만 바꿔 쓰는 방식이다. 특히 얼굴인식·영상감시·정찰·드론 관련 민간 기술이 중국군에서 사용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4족 로봇 등을 제작하는 항저우위수과학기술유한공사가 만든 로봇개는 중국군 훈련 과정에서 공개된 적이 있으며, 소총을 장착한 형태도 등장한 바 있다. 베이징 수비 정보기술이라는 회사는 단일 운영자가 드론 여러 개를 제어할 수 있는 드론 제어 시스템과 지능형 감지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상업용으로도 유용하지만, 군집드론 운용이 필요한 중국군에서도 주목할 만할 기술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소규모 기술 스타트업들이 중국군의 무기 공급체계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 대항마로서 등장해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AI 딥시크도 군사용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 5월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항공공업집단 산하 선양항공기설계연구소 수석설계사 왕융칭이 중국 국영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개발팀이 딥시크 기술을 전투기 신기술 개발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왕융칭은 해당 인터뷰에서 “AI가 연구 인력을 반복적인 검토 작업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이는 항공우주 연구의 미래 방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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