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베개·속옷·수건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섬유는 더욱 주의해야”
“겨드랑이 속에서 꿈틀대는 생명체를 발견했습니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 토니 골드버그 교수는 우간다의 한 국립공원에서 연구를 마치고 돌아온 뒤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통증을 느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피부 아래에서 움직이는 듯한 감각. 그는 곧 그곳에서 한 마리의 룬드파리 유충을 발견했다.
“임신부의 뱃속에서 생명이 꿈틀대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연구자로서 냉정해야 했지만, 피부 속에서 살아 있는 기생충이 꿈틀거리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피내 구더기증(Myiasis)’이란?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따르면 ‘피내 구더기증’은 파리 유충이 사람이나 동물의 살아 있는 조직 속에 침투해 자라는 감염 질환이다.
유충은 갈고리 모양의 입으로 피부를 뚫고 들어가 조직을 먹으며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통증, 부종, 염증, 괴사를 유발하고, 심하면 패혈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과거엔 남미·아프리카·동남아 등 일부 열대지역에서만 보고됐지만, 최근에는 유럽·북미·아시아 지역에서도 감염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룬드파리 감염 증가를 경고하며 “기후 변화로 인한 곤충 생태계 이동이 새로운 감염병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젖은 빨래, ‘알 부화기’가 된다
감염의 출발점은 젖은 빨래일 수 있다.
룬드파리는 습하고 어두운 환경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어 세탁 후 반쯤 마른 옷이나 수건, 침구류는 이상적인 산란 장소가 된다.
이 옷을 착용하면 유충이 피부에 붙거나 모공을 통해 침투할 수 있다.
골드버그 교수는 “파리 유충 감염을 막으려면 반드시 옷과 침구를 열을 가해 다림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인 중에는 베개를 다림질하지 않아 얼굴에 50마리의 유충이 기생한 채 깨어난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후·생태 변화의 ‘경고 신호’…이미 열대지역서 유럽, 아시아 등지로 번져
한 전문가는 “피내 구더기증은 이름만 들어도 섬뜩하지만, 예방이 충분히 가능한 감염”이라며 “열대 지역 여행 시에는 젖은 옷을 반드시 열로 소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룬드파리 유충은 인간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갈고리 모양의 입을 진화시켰다”며 “단순 위생 문제가 아닌 인간과 생태계의 접점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지역에 국한되던 종이 이제는 유럽·아시아로 번지고 있다”며 “곤충의 생태 변화가 전 지구적 공중보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감염 초기에는 모기에 물린 듯 가려움과 붓기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부 아래서 움직임이 느껴지고 통증이 심해진다.
이럴 경우 직접 짜내거나 바늘로 찌르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는 바셀린을 발라 유충의 호흡을 차단하면 스스로 빠져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완전 제거를 위해서는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며, 이후 항생제 치료로 2차 감염을 방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작은 습관이 감염을 막는 방패가 된다”고 강조한다.
빨래는 반드시 햇볕에 완전히 건조시킨다. 그늘 건조 시, 입기 전 다림질로 열소독한다.
베개·속옷·수건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섬유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여행 시에는 모기·파리 차단 스프레이와 모기장 사용을 생활화한다.
◆전문가들 “공포보다 중요한 건 대비…치료, 예방법 있어”
피내 구더기증은 이름만큼이나 불쾌하고 공포스럽지만, 전문가들은 “두려워하기보다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감염은 공포 영화의 장면처럼 들리지만, 이미 치료와 예방법이 명확히 존재한다. 공포가 아닌 지식으로 대비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피내 구더기증’은 단순한 공포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곤충의 생태 이동과 기후 위기가 인간의 일상 속까지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은 습관 하나 ‘다림질’이 새로운 감염병 시대의 가장 간단한 방역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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