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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행 이어 “짱구 개봉도 안 돼”… 성난 中 ‘한일령’ 본격화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11-18 18:28:53 수정 : 2025-11-18 21:34:37
베이징·도쿄=이우중·유태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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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역까지 전방위 확산

중국 내 日 영화 상영 중단 공식화
관영매체, 日 경제 직접 타격 경고

중국인 단체 여행·숙박 잇단 취소
日 경제 손실 17조원 육박 분석도

中 “다카이치 발언 철회를” 요구
日 “입장차 있어도 교류 영향 안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빚어진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가 내려진 데 이어 일본 영화의 중국 내 개봉이 연기됐다. 중·일 외교 당국자들은 대화에 나섰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8일 “극장판 ‘짱구는 못 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수입 일본 영화의 상영이 중단될 것”이라며 “영화 수입사와 배급사에 확인한바, 이번 조정은 일본 수입 영화의 종합적 시장 성과와 우리나라(중국) 관객 정서를 평가해 내린 신중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대화 나누는 주한 중·일대사 18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5’에 참석한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왼쪽)와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앞서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과 유학 자제를 권고했고, 문화 영역까지 제재를 확대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런 제재가 일본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논평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대만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과격한 발언은 이미 취약한 일본 경제에 불필요한 위험을 더하는 행위”라며 “경제적 운신 폭이 더욱 좁아질수록 일본의 회복 여정은 한층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중국인 단체 여행 및 숙박 예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각급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는 등 민간 교류 위축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인 대상 시장규모가 연 2조엔(약 19조원) 규모에 달하는 관광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인에게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일본 도쿄 분쿄구의 여행사 RCC는 전날 교통편, 숙박, 음식점, 가이드 등 일정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12월 초까지 예정된 단체 관광 약 30건, 내년 1∼2월로 예정된 일본 유학 사전 탐방 프로그램 9건의 예약이 취소돼서다.

중국인 숙박객 비중이 10%를 차지하는 일본 제국호텔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중국 기업이 주최하는 연회나 숙박 예약 일부를 연기 혹은 취소한다는 연락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을 찾은 여행객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 통계상 ‘서비스 수출’로 분류된다. 올해 1∼9월 규모는 6조9156억엔(약 65조3268억원)으로 자동차 완제품(12조8000억엔)에 이은 2위 수출 종목이다. 그중 중국 본토 출신이 쓴 돈만 1조6443억엔으로, 올해 말이면 2조엔을 웃돌아 역대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던 상황이었다.

긴장감 감도는 주일 中대사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 일본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18일 일본 경찰관들이 수도 도쿄에 위치한 주일 중국대사관 입구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일본 여행 자제 권고’로 일본이 받는 경제 손실은 1조7900억엔(약 16조926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일본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추산했다. 일본 연간 실질 GDP 0.2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와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가 19일 공동으로 열기로 했던 세미나가 중국 측 요청으로 연기됐고, 중·일 정·재계 인사가 참여하는 ‘도쿄·베이징 포럼’ 일정도 늦춰지는 등 양국 간 민·관 교류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우려는 일본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면 불매운동이나 공동 프로젝트 중단 등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에서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도쿄의 한 무역회사는 17일 하루에만 10건 이상의 상담 일정이 취소됐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거래처 쪽에서 ‘일본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회사 고위층으로부터 중단 지시를 받았다’며 방문 일정을 취소해 왔다”며 “앞으로 2, 3개월 분량의 일이 사라져 버렸다”고 토로했다.

 

쓰쓰이 요시노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전날 다카이치 총리와 면담 후 “경제 교류의 전제는 정치의 안정”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뉴시스

중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의 경각심 역시 커지고 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외출 시에는 수상한 사람의 접근이나 주위 상황에 주의하고, 여러 명이 함께 행동하는 등 안전 확보에 힘써 달라”며 “중국의 관습을 존중하고 중국인과 접촉할 때에는 언행과 태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베이징을 찾은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을 만났으나, 협의 후 카메라에 잡힌 두 사람은 모두 굳은 표정이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협의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엄중히 항의하며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가나이 국장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기존 일본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며 양국 입장차가 있더라도 인적 교류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뒷짐 진 中·고개 숙인 日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왼쪽)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이 18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회담 후 나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류 사장은 뒷짐을 지고 가나이 국장을 내려다보고, 가나이 국장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 회담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교도통신 제공,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회담 뒤 중국 온라인상에는 류 사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나이 국장을 내려다보고, 가나이 국장은 류 사장에게 고개를 숙인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확산하기도 했다. 특히 이 영상이 CCTV 계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위위안탄톈’에 올라온 점에 미뤄 중국 측이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서는 굴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장면이다.

 

류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협의 결과에 대해 “당연히 만족하지 않는다. (분위기는) 엄중했다”고 말했다. 가나이 국장은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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