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의심만으로 몰래 녹음…‘신뢰 파탄’”
학대 증거를 직접 수집하기 어려운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3자가 녹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와 보호자 등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로서 녹음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신뢰 파탄법’이라며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대가 의심될 때 제3자의 녹음을 허용하고,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4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아동, 노인,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학대가 있었거나 실행 중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제3자가 증거 수집을 위해 타인 간 대화를 녹음·청취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가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허락 없이 녹음하거나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노인·장애인 등은 학대를 인식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주씨는 자녀의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자녀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보냈고, 녹취록의 발언을 바탕으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교사의 정서적 학대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녹음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학부모 단체에서는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교사 단체 등은 불법 녹음을 용인하면 안 된다고 맞서며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무제한 녹음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학대 정황과 관련해 엄격한 범위 안에서만 예외를 두자는 것”이라며 “명백한 학대를 하면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빠져나가는 일부 가해자를 그냥 두지 말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제삼자에 의한 몰래 녹음을 합법화하는 방식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초등교사노동조합도 개정안을 ‘학교 도청법’으로 규정하고 “교육 현장의 신뢰를 파탄 내고자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사과하고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지금까지 타인 간 대화 녹음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사기관의 영장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허용됐다”며 “개정안은 이미 과도한 (아동학대) 신고와 수사로 고통받는 교사들을 녹음 파일 하나로 학대 가해자로 몰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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