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525억 돈세탁 잡고도 ‘테더집’에 막혀 환수 0 [심층기획-캄보디아 ‘검은돈’ 추적기]

관련이슈 세계뉴스룸

입력 : 2025-11-24 18:29:00 수정 : 2025-11-24 21:01:46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하> 자금세탁 중심에 선 ‘테더’

텔레그램 거래, 메시지 자동 삭제
경찰, 자금세탁책 대거 검거 불구
누구와 주고받았는지 파악 못 해
국수본 “업비트 외 거래소도 확인”

美 제도화 추진에 점유율·거래량 ↑
불법 거래 중 스테이블코인 비중
2020년 10%서 작년 63%로 급증

당국, 범죄자금 추적팀 편성 단속
불법 환전소 닫았지만 안심 일러
국내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
“자금세탁방지 의무화 필요” 지적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최근 투자리딩 사기 수익금을 세탁해 캄보디아로 보낸 자금세탁책 4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지난달 파악한 피해자금 525억원을 동결하기 위해 조직원들의 지갑주소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조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결과 기록은 모두 삭제돼 있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테더집(zip)’이라는 불법환전 플랫폼을 이용해 불법자금을 가상자산 테더(USDT)로 바꿔 캄보디아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테더집은 불법환전 업체들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사이트다. 업체들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테더를 원화로 환전해주거나 반대로 원화를 테더로 가상자산 지갑에 입금해주는 일을 했다.

이들의 거래는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이뤄졌다. 조직은 텔레그램을 통해서 업체와 접촉했고 거래가 완료되면 메시지는 자동 삭제됐다. 경찰이 자금세탁책을 붙잡았지만 어떤 거래업체와 어떻게 거래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조직이 테더집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추적에 나섰지만 자금은 이미 다 빠져나간 시점이었다”며 “텔레그램 메시지는 지워진 상태였고, 범죄조직이 아이폰12 이상을 썼는데 삭제된 메시지 복구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외시장거래(OTC)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나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원확인(KYC) 절차,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등을 피한다. 불법환전 업체들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가상자산을 현지에서 입출금하는 방식으로 환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날 ‘자금세탁방지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앞으로 전업권 금융회사로부터 각종 초국경 범죄와 연루된 의심거래를 전부 보고받아 수사기관의 범죄조직 적발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가 테더집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업체들은 테더를 환전해주는 대신 2%대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있었다.

 

1만테더(약 1500만원) 미만은 2.9%, 1만테더 이상은 2.5%를 받는 식이다. 사이트 내 테더 현금화 안내에는 고객이 텔레그램을 통해 업체와 접촉 후 개인지갑으로 테더를 입금하고 서울 강남, 명동, 경기 용인 등 일대에서 관계자를 만나 현금 거래를 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일부 업체는 ‘출장서비스’라며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현금을 배송했다.

 

관세청이 지난달 검거한 9200억원 상당의 환치기 범죄조직은 베트남에 조직원을 두고 가상자산의 송금과 영수를 대행했다.

 

불법환전을 이용해 본 업계 관계자는 “해외 현지에도 OTC 거래업체가 많기 때문에 고객이 테더를 보내기만 하면 현금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은돈 온상 가상자산 테더(USDT) 불법 환전업체를 연결해주는 사이트 테더집 캡처.

관세청은 최근 126명 규모의 ‘범죄자금 추적팀’을 편성하고 불법 가상자산 환치기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이에 따라 불법환전소들은 잠시 활동을 멈춘 상태다. 불법 가상자산 환전 업체는 외국환거래법 및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테더집에 입점한 불법환전 업체들은 이달 들어 대부분 안내를 지웠고, 이전 주소로 “환전 가능하냐”는 문의를 남겨봤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가상자산 테더 환전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던 서울 시내 환전소들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불법 온라인 플랫폼처럼 관심이 줄어들면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범죄사용 가상자산 1위 테더

 

범죄에 사용된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점유율 1위 가상자산으로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내걸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 미 달러와 가치가 1대 1로 연동되는 테더는 발행할 때마다 미국 국채나 달러 등을 보증 수단으로 예치하기 때문에 달러 패권을 더욱 강화하는 수단이 됐다. 미국은 7월 지니어스법(스테이블코인 혁신 촉진법)을 통해 테더와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했다.

 

하지만 범죄자금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가상자산이라는 오명도 따른다.

전송속도가 빠르고 급등락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를 비롯해 세계 가상자산거래소 대부분에 상장됐기 때문에 현금화도 용이하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자금세탁처 후이원그룹은 텔레그램을 통한 테더 환전 거래를 보증(에스크로)하며 규모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TRM랩스는 후이원 관련 기업들이 2021년 출범 이후 올해 7월 기준 960억달러(1344조원)를 거래한 것으로 집계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0년 불법 가상자산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3%로 급증해 과반을 기록했다.

 

국내에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는 논의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에 AML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국제정보보호대학원)는 “스테이블코인의 주 사용처는 지급결제와 자금은닉”이라며 “국내에서 사용되는 테더 같은 역외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준용하도록 해 해외 발행인도 자체 모니터링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업비트 외 거래소도 (후이원그룹 관련 의심거래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10일 캄보디아와 국내 거래소 간 의심거래에 대해 추가 조사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세계일보 보도 이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세계일보 11월20일자 1·3면 참조> 박 본부장은 국제범죄조직의 자금동결에 대해서도 “미국 당국에서 독자적으로 한 부분과 우리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오피니언

포토

임윤아, 눈부신 미모…거울 셀카 찰칵
  • 임윤아, 눈부신 미모…거울 셀카 찰칵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일리 '반가운 손인사'
  • 박보영 '순백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