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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장벽’ 허물어야, 외국인 유학생 요양사 정착한다 [심층기획-외국인 돌봄노동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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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0 06:00:00 수정 : 2025-12-10 15:18:57
인천=장한서 기자,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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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다음 돌봄을 준비하려면 <끝>

양성대학 24곳 지정… 내년 시범운영
2027년부터 현장 실무 투입 ‘본격화’

처우 열악해 기존 외인인력 70% 이탈
유학생들 기대감 속 “고향行” 목소리

전문가, 근무환경 등 체감정책 절실
비자·주거 등 안정된 보장·지원 필요

“정부의 장기 근속금 확대는 미봉책
표준 임금제 등 실질 처우 개선해야”
 “오늘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알아볼게요.”

 

지난달 24일 경기도의 한 대학교 강의실. 수업시간이 다가오자 글로벌한국학과의 ‘요양반’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해당 대학에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과정이 올해 초 개설됐다. 몽골, 미얀마, 중국 등에서 온 14명의 학생이 입학해 수업을 듣고 있다. 올해는 입학 첫해인 만큼 한국 문화와 한국어 등 기초적인 내용으로 수업이 구성됐다.

 

이날 수업에서는 한국 내 축제에 관한 강의가 이뤄졌다. 마이크를 찬 교수가 설명하자 강의실 앞 화면에서는 각 나라의 언어로 동시 번역돼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미얀마에서 온 수떼랑잉(21)은 “노인들을 돕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지원했다”며 “고향에서도 노인들의 머리를 감기는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전국 24개 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해 내년부터 시범운영할 방침이다.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외국인을 유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027년도부터는 유학생 출신의 요양보호사 ‘꿈나무’들이 본격적으로 요양업계에 진입하게 된다.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성이 낮은 정책”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열악한 처우와 노동 환경 탓에 내국인마저 대거 이탈하는 현실에 “외국인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의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인 10명 중 7명 ‘유령 인력’

 

일선 돌봄 현장의 열악함은 자격증을 취득한 전체 외국인 요양보호사 10명 중 7명이 현장을 떠날 정도로 심각하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 요양보호사 2만2766명 중 1만6122명(71%)은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 중 유휴인원이 77%에 달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현장을 지키는 요양보호사가 더 적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수도 2022년 31만8182명, 2023년 28만2647명, 지난해 16만2800명, 올해(10월 기준) 12만7908명으로 줄고 있다.

 

요양보호사 양성기관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개업보다 폐업이 늘면서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은 2023년 1193개, 지난해 1137개, 올해 10월 1100개로 줄었다.

 

요양기관들은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린다. 고재경 대한요양보호사협회 회장은 “특히 지역의 경우 요양보호사가 더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입소 노인 대비 돌봄 인력 비율을 맞춰야 하므로 80대 요양보호사를 배치해 이름만 올리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좋지만…수년 뒤 돌아갈 것”

 

현장 여건이 이렇다 보니 부푼 기대를 안고 대학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에 참여 중인 유학생들이 졸업 후 요양보호사 일을 실제 시작할지, 얼마나 현장에 머물지 미지수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서 만난 유학생들은 안정적인 E-7(전문인력) 비자를 획득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5∼10년 뒤에는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떼랑잉은 “요양보호사 일이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의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5년 뒤에는 가족들이 있는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몽골 출신의 안흐체첵(27)도 “피부과 취업이 안 돼 요양보호사를 선택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보람을 느끼는 일하고 싶다”며 “10년 정도 한국에 있고 싶다”고 했다.

 

문화 차이와 의사소통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 안흐체첵은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걱정이다. 문화 차이도 있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라면서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외국인이라고 안 좋게 보는 것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취업 선호도 조사에서도 보건사회 분야는 후순위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자료를 보면 대학 졸업 후 ‘한국에 계속 체류하겠다’고 응답한 외국인 유학생 중 보건사회 분야는 6%로 숙박∙음식점(10%)에 비해서도 선호도가 떨어졌다. 이경규 한국요양보호협회 이사는 “한국에 유학 올 정도의 외국인이라면 흔히 ‘3D’ 업종인 요양보호사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우∙근무환경 개선 절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국인 요양보호사 확대 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 등 전반적인 제도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규 인력이 진입하고, 현장을 이탈했던 요양보호사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정부는 장기근속장려금을 확대하는 등 처우 개선에 나섰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처우 개선이 필요한 건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인 문제”라면서 “근무환경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여전히 요양보호사 한 명이 8명 넘는 노인을 한 번에 돌볼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대한요양보호사협회는 처우 개선을 위해 표준임금제 도입, 유급 휴일수당 지급 등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2년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표준임금제를 복지부에 권고했다. 취업 장려금 등을 지급해 입직 단계부터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양보호사들이 휴일 근무를 해도 별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부처 간 개선을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공휴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활동지원사의 인건비를 아끼려 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법원이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린 만큼 요양보호사도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요양보호사에 대해서도 이달이나 내년 초에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업체는 외국인 유학생 요양보호사 확대를 위해선 주거∙정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종수 코리아케어 원장은 “한국은 여전히 ‘오고 싶으면 오고, 되면 되고, 안 되면 말고’에 가깝다”며 “돌봄 인재에게 비자와 주거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장기근속 시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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