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0’ 탑재 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삼성·SK하이닉스 점유율이 79%
공급 규모 확대 기대감도 높아져
“저사양 칩으로도 앞서나갔는데…”
AI 업계는 中과 더 큰 격차 우려
美 빅테크 기업들도 ‘발등에 불’
미국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H200에 탑재되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시장 지분 대다수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어 양사의 HBM 납품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다만 중국이 H200을 업고 더 강력한 AI 모델을 내놓으면 미·중으로 고착화된 ‘그들만의 AI 리그’ 그림자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AI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재 맞나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출을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0에는 HBM3E 6개가 탑재된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H200이 풀리게 되면 HBM3E의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이 가능한 업체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단 세 곳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HBM 전체 시장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가 삼분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특히 삼성전자에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에서야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진입한 만큼 H200 수요 증가에 따른 납품 물량도 대거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수혜 폭이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이미 내년 HBM 물량을 사실상 완판했고, 다음 세대인 HBM4(6세대)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추가 물량 소화 여력이 크지 않다. 또 엔비디아가 H200 중국 판매액의 25%를 미국 정부가 가져가는 만큼, 엔비디아가 줄어든 수익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반도체 자립’ 정책 향방 관심
중국 정부 차원의 ‘반도체 자립’ 정책의 향방에도 시선이 쏠린다. 중국은 그간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기업들의 AI 칩 개발을 독려해왔다. 앞서 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중국 규제 당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신규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칩을 쓰지 못하도록 차단했다고 보도했고, 지난 4월 화웨이가 공개한 AI 칩 ‘어센드 920’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 칩 ‘H20’을 대체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자체 AI 칩 생산이 탄력을 받은 만큼 중국이 H200을 대거 수입하는 대신 기존의 AI 칩 자립화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할 수 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실제로 H200 도입을 마다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H200이 엔비디아의 최고 사양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H200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나라에 공급을 약속한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신 GPU ‘B200’보단 성능이 낮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에 유통됐던 H20에 비해 추론 성능은 2배, AI 훈련에 쓰이는 텐서 코어 연산 성능은 6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내 AI 업계는 삼성·SK와는 다른 시선으로 미국의 H200 대중 수출 허가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중국 AI 업체들이 이미 H20, H800 등 저사양·구형 엔비디아 AI 칩으로도 전 세계 AI 업계가 놀랄 만한 모델을 연이어 내놓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딥시크 쇼크’에 이어 지난달 중국의 문샷AI가 선보인 ‘키미 K2 싱킹’은 H800으로 훈련했음에도 주요 국제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챗GPT 5.0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결국 중국 AI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H200을 AI 훈련에 사용하기 시작하면 모델 발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AI 양강과 격차 더 커질 수도
한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국은 H200 없이도 이미 미국과 굳건한 양강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H200이 중국에 들어간다고 해서 한국의 AI 생태계가 무너지거나 피해를 볼 일은 사실 없다”면서도 “저 멀리 앞서나간 중국 거리가 더 멀어지면 아예 추격의 불씨마저 사라지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미국의 H200 대중 수출 허가는 기존의 미·중 AI 패권 경쟁 구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 또한 국내 AI 업체가 아닌 오픈AI, 구글,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국 빅테크들은 천문학적인 투자금으로 대응하겠지만, 이미 수차례 ‘거품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빅테크향 투자사들의 심리는 대폭 위축될 수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최근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확보하면 더 빨리 AI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이는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경고했고,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진보연구소(IFP)의 앨릭스 스탭은 AFP통신에 “(H200 수출 허가는) 미국이 스스로에게 넣은 엄청난 자살골”이라고 평가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교육과정평가원장 ‘잔혹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0/128/20251210517444.jpg
)
![[세계포럼] 北 인권과 혐중·혐일은 같은 문제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0/128/20251210517447.jpg
)
![[세계타워] 1등급 겨우 3%, 신뢰 잃은 수능 영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0/128/20251210517400.jpg
)
![[기고] 세운 도심재개발은 ‘강북 전성시대’의 신호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0/128/20251210517378.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