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방문객 1억4363만명… 전년比 3%↑
고정적인 국내 여행 수요 고려 땐 큰 의미
풍경 중심 관광 넘어 축제 결합 콘텐츠
명산 인증 챌린지·‘나는 절로’ 등 호응 커
특정 계절·도시에만 관광 이미지 탈피
강원 관광산업을 이끄는 강원관광재단이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를 기점으로 단순히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관광에서 곳곳을 고르게 머무는 관광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이동 패턴 다변화, 지역 소비 확대, 콘텐츠 고도화가 맞물리면서 강원 관광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축제·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1억5000만명 강원 찾아
1일 강원관광재단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강원 지역을 찾은 방문객은 1억4363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430만명) 늘었다. 국내 여행 수요가 고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달은 여름 휴가철인 8월이다. 1855만4000명이 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많은 이가 강릉 경포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동해안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 연휴를 낀 10월에는 1592만7728명이 강원을 찾았다. 가을철 꽃·단풍축제 등이 연이어 열리면서 관광객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어 여름 성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1537만3837명, 가정의 달인 5월 1465만6563명 순으로 관광객이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적었던 달은 2월로 951만2714명을 기록했다.
관광객 증가에는 강원도와 강원관광재단이 함께 추진한 강원 방문의 해가 주효했다.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강원 지역 관광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2개년 장기 프로젝트다. 치밀한 정책 구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홍보, 지역경제와 연계방식 등에서 기존과는 다른 수준의 변화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여행객 이동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관광재단이 매달 2개 시·군을 선정하는 ‘이달의 추천 여행지’가 핵심 기반이다. 강원 지역 18개 시·군을 고르게 선정하는 구조 덕분에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으로까지 여행수요가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예컨대 10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된 정선군과 철원군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주요 여행 플랫폼에서 노출량이 급증했다. 지역 축제와 체험 프로그램 참여율 증가로 이어졌다.
그간 강원 관광지는 특정 계절과 도시에 집중됐으나 이제는 ‘치우침 없는’ 관광지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원도가 추구해온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자연 자원은 풍부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시·군의 경우 강원 방문의 해를 계기로 지역만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내세울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관광 외연이 넓어지고 도시 간 편차가 줄어드는 긍정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돋보이는 또 하나의 변화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관광지 홍보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온라인 콘텐츠는 121건으로 조회수는 41만8500회를 기록 중이다. 19차례에 걸쳐 열린 이벤트에는 8440명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짧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협업 등은 젊은 세대에게 강원을 새로운 이미지로 각인, 미래 잠재적 관광 수요를 창출해냈다.
◆생태 체험·테마가 있는 여행 등 차별화한 프로그램 개발
재단은 관광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카드와 함께한 소비 활성화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고 관광객들에게는 여행비 부담을 줄이는 실질적 혜택을 제공, 여행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강원 이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유흥업소를 제외한 숙박·음식·관광시설 등에서 농협카드로 누적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추첨을 통해 5만포인트를 지급한다. 소비금액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데 2주간 3만5000명이 참여했다. 이 사업 덕분에 강원 이외 거주자가 강원에서 쓴 돈은 전년보다 8.9%(11억원) 늘었다. 덕분에 지역상권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정선·화천·평창 등 축제와 체험 프로그램이 확대된 시·군에서는 주말 체류시간이 소폭 늘어났다. 숙박·식당·카페에서 소비가 고르게 증가하기도 했다.
강원 방문의 해는 콘텐츠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계기도 됐다. 기존 ‘풍경 중심’ 관광을 넘어 자연·지역·축제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졌다. 트레킹과 자전거 루트 개발, 생태 체험 프로그램 확대, 지역 축제와 연계한 여행 패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정선군 ‘감탄마켓’, 고성군 ‘해양 힐링 프로그램’, 속초시 ‘지역 크리에이터 브랜드 전시’ 등은 단순한 구경에서 즐기는 여행으로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는 국내·해외·테마·지역특화·크루즈 등으로 세분화된 재단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우선 국내관광팀은 강원 방문의 해 핵심 프로그램인 ‘이달의 추천 여행지’를 매달 선정했다. 국내 전담여행사 20개사를 통해 단체관광 패키지 225건을 운영해 관광객 5만8070명을 유치했다. 이 사업으로 전통시장과 유료 관광지에서 8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했다.
테마관광팀은 강원 자연·문화 자원을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했다.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에는 지난해 9만명이 참여했다. 오감트레킹 인증 챌린지 2만3522명, 별빛 요가 1144명, 인문학 테마여행 271명 등을 유치했다. 지역특화팀은 접경·폐광지 등 지역특화 자원을 활용한 관광 수요 분산에 주력했다. 특히 올해는 강원형 ‘나는 절로’를 운영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신흥사에서 열린 나는 절로에는 2620명이 몰렸고 미혼남녀 12쌍이 참여해 6쌍이 커플이 됐다.
해외관광팀은 시장별 맞춤형 전략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기반을 확대했다. 개별관광객 유치를 위해 춘천·강릉·속초에서 외국인 관광택시를 운영했다. 양양국제공항 전세기 상품과 해외 방송으로 접근성과 인지도를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스크루즈팀은 4항차 크루즈 유치로 7000명이 속초항을 찾도록 했다. 올해 열릴 세계광산수학회와 국제설상스포츠안전학회 국제회의를 강원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다변화하는 관광수요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단은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 “비건·반려동물 키워드 장기 체류 관광 활성화”
“관광으로 강원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최성현(사진) 강원관광재단 대표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강원도 관광산업 핵심전략으로 ‘장기체류 유도를 통한 소비 확대’를 꼽았다. 최 대표는 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저비용·단기 여행이 늘면서 체류시간과 소비가 함께 줄어드는 형태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재단은 강원 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쓰는 돈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원 방문의 해 첫해인 지난해 재단은 체류 프로그램 확대에 주력했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고즈넉한 홍천에서 열린 ‘별빛 요가’, 강원 5개 내륙지역 전통시장에서 먹거리를 즐기고 자연 속 체험시설에서 하루를 머무는 ‘오-감자 페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새로운 프로그램들은 평균 만족도 90% 이상을 기록했다”며 “올해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표 콘텐츠를 묻자 최 대표는 ‘비건’과 ‘반려동물’을 키워드로 답했다. 재단은 지난해 전국 관광재단 중 처음으로 환경·사회·투명경영(ESG) 가치를 관광 상품화한 ‘비건 라이프 활성화 사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문화예술회관 등 접근성 높은 공공기관을 활용해 비건 라이프 페스타를 개최하고 국내외 비건·식품 박람회에서 산채나 메밀 등 강원 농산물을 집중 소개할 예정”이라며 “반려동물과 머물 수 있는 숙소를 할인해주는 숙박대전도 연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쏟는다. 재단은 지난해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해외전담여행사를 운영해 외국인 단체관광객 2만명을 강원으로 불러들였다. 중국을 대상으로 6000건 이상 관광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속초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여행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창출한 관광소비액만 10억원에 이른다. 최 대표는 “중화권, 일본, 동남아에 이어 미국, 유럽까지 단계적으로 공략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가 생각하는 강원관광의 미래를 물었다. 그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대형 이벤트에 의존하기보다 각기 다양한 특색을 갖춘 강원 지역 18개 시·군의 숨겨진 관광자원을 연결해야 한다”며 “체험·축제·숙박·소비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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