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을까, 아니면 국밥을 먹을까.’
과거라면 좀처럼 보기 힘들었을 법한 ‘점심 메뉴 고민’이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눈에 띈다. 이 기이한 고민의 시작은 서울에서 ‘만원 한 장’으로 점심 해결이 불가능해진 팍팍한 현실에 있다. 오죽하면 국밥은 사치고 햄버거가 진정한 ‘서민 음식’이라는 웃지 못할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든든함’의 대명사 국밥과 ‘가벼운 간식’ 취급받던 햄버거가 점심 테이블 위에서 패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지각변동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가격 경쟁력’이다. 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국밥 가격은 1만원을 넘는 곳이 많다. 여기에 세트 등으로 구성하면 1만5000원을 넘기는 곳도 눈에 띈다. 반면 맘스터치의 싸이버거 등은 단품 기준 7000~8000원대로 국밥 한 그릇보다 확실한 가격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다. 점심 한 끼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요새 직장인들에게 1만원으로 배를 채울 수 없는 국밥 대신 두툼한 패티의 햄버거는 ‘런치플레이션’ 시대를 버티는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시간’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스마트 오더’ 등 사전 주문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국밥의 신속함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무실에서 출발하며 결제를 마치는 디지털 시스템이 더 큰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대기 없이 갓 조리된 버거를 픽업하는 경험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時)테크’ 직장인들을 빠르게 흡수한다.
햄버거를 향한 인식의 대전환도 영향을 미친다. 오랫동안 햄버거는 비만과 지방간의 주범인 ‘정크푸드’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가정의학계 권위자인 윤방부 박사는 지난 1일 KBS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이러한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간다는 이유에서 햄버거를 ‘서양식 비빔밥’이라 표현한 그는 과거 한 언론사로부터 ‘햄버거가 비만과 지방간을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햄버거가 정크푸드 오명을 쓴 진짜 이유는 버거 자체가 아니라 함께 곁들이는 ‘사이드 메뉴’에 있다고 본다. 기름에 튀긴 감자튀김과 설탕 가득한 탄산음료가 지방간과 비만의 실질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감자튀김 대신 샐러드를 곁들인다면 햄버거는 오히려 훌륭한 단백질 식사가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식업계는 국밥의 자리를 위협하는 햄버거의 공세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견고한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앱 기반 시스템을 갖춘 데다 영양학적 편견까지 희석되고 있다”며 “도심 오피스 상권에서 햄버거가 점심 우위를 점하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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