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석유류 등 물가 상승 압박
실효적 공급대책·구조 전환 병행을
새해 들어서도 서민은 집값·물가 부담의 이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인구는 116만 1887명으로 집계됐는데, 주거비 및 생활물가 부담의 가파른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당장 집값만 해도 작년에 이어 주택 공급물량 감소와 각종 규제, 금리 인하 기조에 힘입어 상승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주택 서민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요망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올해 서울 집값이 4.2%(작년 6.6%), 수도권까지 넓히면 2.5%(〃 2.7%)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수도권 집값이 각각 2.0%, 2.0∼3.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지난해 서울 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8.71%(주간 상승률 누적치 기준) 급등해 2006년(23.46%)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집값 상승은 전·월세 상승도 동반하기 마련이다. 주산연은 올해 서울 전세 상승률을 집값보다 높은 4.7%로 잡았고, 월세 상승세도 전년에 이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된 여파다. 투기세력을 겨냥한 규제가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 꼴이 됐다. 물가도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어 새해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석유와 수입 수산물은 올해 들어서도 수입 단가가 지속해서 오를 공산이 있다는 전언이다.
서민의 집값·물가 부담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국토교통부는 2일 주택 공급 전담조직인 주택공급추진본부 현판식을 갖고 시장에 주택 공급 시그널을 보냈다.
김윤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서울 지역이 매우 아쉽다”며 “서울 유휴부지와 노후 청사를 중심으로 (추가 공급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공공주택의 틀에 갇혀 있으니 답답하다.
민간 중심인 재건축·재개발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서울 도심에서도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실효성 없는 추가 공급대책은 정책 실기와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물가 안정은 환율 안정이 관건인데, 단기 처방 일색이다. 이날 올해 처음으로 열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41.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그간 정부는 사흘이 멀다 하고 안정대책을 쏟아냈지만, 이제 1400원대 고환율은 뉴노멀이 되고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산업혁신과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이 정공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성장을 주도할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 괴리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 구조 전환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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