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그레이스’까지 포함 눈길
단독 서버용 사용은 메타가 처음
빅테크 ‘탈엔비디아’ 브레이크
구글 TPU 등 AI 칩 경쟁 더 격화
삼성·SK, 공급자 우위 지속 전망
‘탈(脫)엔비디아’를 외치던 메타가 엔비디아와 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 납품을 포괄하는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생태계 방어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의 AI 칩 개발 경쟁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주도권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메타는 엔비디아 최신 GPU ‘블랙웰’과 차세대 GPU ‘루빈’ 등을 수백만개 도입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엔비디아 CPU ‘그레이스’가 포함됐는데,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자 중 엔비디아 CPU를 단독 서버용으로 쓰는 건 메타가 처음이다. 지금까진 인텔과 AMD의 CPU가 데이터센터에 주로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이번 계약에 대해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1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프로메테우스’를, 루이지애나주에 5GW급 ‘하이페리온’을 건설하고 있다. 엔비디아 네트워크 플랫폼 ‘스펙트럼 X’를 적용해 운영·전력 효율을 높이고, 기밀 컴퓨팅 기능을 활용해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 와츠앱에서 이용자 데이터 보호와 AI 기능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게 메타 측 설명이다.
이번 계약을 두고 업계에선 엔비디아 AI 인프라를 대체하려는 빅테크들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들은 최근 1∼2년간 공급 부족 탓에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고 칩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탈엔비디아 전략을 펼쳐왔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를 출시하고, 제미나이 등 내부 모델 학습에 활용을 확대했다. 그해 1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추론 칩 ‘마이아 200’을 공개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칩 ‘트레이니엄3’를 선보였다. 메타도 이번 데이터센터 구축에 구글의 TPU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엔비디아를 대체하긴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의 자체 AI 칩과 엔비디아 칩 성능 격차가 아직 큰 데다 엔비디아 플랫폼을 대체할 대안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GPU뿐 아니라 AI 개발자 플랫폼 ‘쿠다’ 기반 소프트웨어, ‘NV링크’ 등 전력 최적화 네트워크 플랫폼을 아우르는 풀스택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의 탈엔비디아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AI 칩 회사가 아니라 AI 인프라 기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빅테크가 자체 칩으로 엔비디아 제품 일부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초대형 AI 모델 학습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표준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빅테크의 AI 칩 개발 경쟁에 HBM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몸값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양사가 엔비디아 외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4(6세대 HBM)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고, 세계 최대 범용 D램 생상능력(케파)을 활용해 수익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HBM4 공급 요청자는 아직 엔비디아뿐이지만 AMD가 신형 AI 가속기에 HBM4를 탑재한다면 파트너십을 오래 맺어온 삼성전자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브로드컴, AWS 등에서 공급 우위를 보이는 SK하이닉스도 HBM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MS 칩 마이아 200에 HBM3E(5세대)를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미국을 방문해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 규모가 2024년 120억달러에서 2027년 300억달러로 연평균 30%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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