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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日 ‘종교 해산’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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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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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다양성 훼손·국가 신뢰도 저하 우려
법적 분쟁·신앙의 음지화 등 사회적 부담 야기

일본 도쿄고등법원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린 이후 일본 당국이 전국 교회 시설에 대한 관리와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시설은 출입이 제한되고 예배가 중단되는 등 종교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교단체 해산 이후 신도들의 종교 활동 보장과 재산 정리 문제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법인격은 행정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으나, 개인의 내면적 확신과 신앙 행위까지 법의 잣대로 지울 수는 없다. 교회 건물이 닫히고 조직망이 해체된다면 수십만 신도들은 어디서 신앙을 이어가야 하는지 우려스럽다.

신앙 자체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의 압박은 신앙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공적 예배 공간이 사라지면 신앙은 필연적으로 사적 영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종교의 지하화’가 되는 셈이다. 고대 로마의 카타콤 박해 사례가 증명하듯, 공적 영역에서 배제된 신앙이 음지로 스며드는 현상은 역사가 보여주는 필연적 귀결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여기서 엄중히 직시해야 할 지점은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되는 사회적 비용이다. 위법 행위가 있다면 해당 행위자를 정밀하게 타격하여 책임을 묻고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것이 법치의 정도다. 종교법인 자체를 해산하고 시설을 전면 봉쇄하는 선택은 범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을 살 만하다. 조직의 해산은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과 혼란의 시작일 뿐이다. 자산 청산 과정의 법적 분쟁, 교회 상근 인력의 실직, 공적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신도들이 겪을 심리적 고립과 사회적 마찰은 고스란히 국가의 행정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는 단순한 시행착오를 넘어 사회 구조적 재난에 가까운 규모의 유무형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다 더 큰 사회적 파국을 초래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명백한 행정력의 낭비이자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한 갈등 수습에 투입되는 국가적 손실이다. 과연 이것이 공권력 행사의 ‘최소 침해 원칙’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집단을 향한 배제적 행정은 단기적인 성과처럼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양성을 훼손하고 국가의 대외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보편적 인권 가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국가가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도 이 규약의 비준국이다. 특정 단체의 사회적 평판이나 과거의 논란을 이유로 공권력이 예배 처소를 물리적으로 봉쇄하고 조직의 실체를 지우려 드는 행위는 국제 인권 기구의 감시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일본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핵심 국가로서 국제적인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자국 내의 소수 집단에 대해서도 차별 없는 법적 보호와 적법 절차를 보장하는 포용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부 갈등을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결국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인권 수준을 의심케 하는 지표가 될 뿐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불필요한 긴장과 혼란 속에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데 있다. 모든 국민은 국가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며,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 국가의 존립 근거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를 규제하는 무기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 개인의 성소(聖所)까지 침범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안전장치여야 한다. 위법 행위를 이유로 신앙 전체를 구조적으로 압박하고 예배 처소를 봉쇄하는 방식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신도들이 고난 속에서도 지켜온 종교 간 화합과 지구촌 평화의 불길이 이러한 강압적 조치로 인해 꺼져버리는 상황이다. 종교가 사회에 기여해 온 긍정적 에너지마저 행정 명령으로 질식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인류적 손실이다. 국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여야지, 스스로 문제를 키워 사회 구조적 재난 수준의 비용을 양산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진정한 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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