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란 대사관, 초기 대피 중요 판단
공습 발생 이틀 만에 교민과 피란길
교민 이란인 아내 친척들 ‘입국 거부’
투르크메니스탄 당국 설득 끝 승인
한국행 전세기 타고 안전하게 귀국
호르무즈에 한국 선원 180여명 갇혀
민간 선박 실습 해양대 학생도 10명
지난 2일 오전 5시(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시 외곽을 버스 한 대가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승객은 이란 거주 한국 교민 23명. 버스가 테헤란을 벗어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도심에는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미국, 이스라엘의 공습은 무자비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에 남아 있던 직원들은 대사관과 불과 2㎞ 정도 떨어진 국영 방송사가 폭격당하고, 폭발 충격에 건물 창문이 산산조각 나는 걸 지켜보며 공포에 휩싸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른 새벽에 테헤란을 나선 게 잘 했던 거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습 시작됐다”고 말했다.
10일 외교부가 지난달 28일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뒤 긴박하게 진행된 교민 대피 상황을 전했다. 테헤란 탈출 후 지난 4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세기를 타기까지 1000㎞가 넘는 열악한 도로를 뚫고 인근 국가로 이동하고,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돌출했다.
◆1300㎞ 탈출… 연락 끊겨 애태우기도
지난해 6일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미군의 공습이 있었던지라 주이란 대사관은 미리 대피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민들과의 연락처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고, 상황 악화에 대비해 서울 외교부 본부와 현지 대사관 등이 회의를 이어갔다. 지난달 28일 공습이 시작되자 대피 시작 시점을 정하는 게 중요했다. 당국자는 “초기에 대피하는 게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2일로 날짜를 정했다”고 말했다.
테헤란을 벗어난 교민들 앞에는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향한 1300㎞의 먼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민들은 테헤란을 출발해 동부 제2의 도시인 마슈하드에서 하루 머물렀고,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 국경 검문소에서 외교부 본부 신속대응팀과 만나기로 했다. 신속대응팀은 먼저 검문소에 도착했으나 교민들이 탄 버스는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고, 연락도 닿질 않았다. 공백을 메운 건 휴가 중 급하게 복귀한 주이란 대사관 영사의 개인 유심카드였다. 현지 유심카드를 쓰던 영사는 버스 인솔 직원의 통신망과 연결돼 있었다. 국가 비상 통신 시스템 역할을 영사의 개인 휴대전화가 대신한 셈이다.
당시 버스 상황은 불안했다. 안개가 자욱한 기상 속에서, 좁은 2차선 도로가 얼어있어 약속한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공습 당시 대피에 참여했던 버스 기사를 섭외해 운전을 맡겨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피 행렬에 낀 이란인
한 명이라도 더 대피시키려는 노력이 극적으로 성공한 장면도 있었다. 국경 검문소에서 이란인 아내를 둔 교민이 아내의 친척들도 함께 가길 원했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 당국은 한국인 이외의 입국에 난색을 표했고, 출입국이 주권 사항인지라 우리가 개입할 여지도 적었다. 교민은 “가족을 두고 나만 탈출할 순 없다”며 테헤란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신속대응팀에서 방한을 예정하고 있던 투르크메니스탄 외교부 차관과의 만남을 앞두고 연락을 이어온 덕에 가까스로 설득에 성공했다. 해당 교민을 태운 버스가 출발한 직후 가족 모두를 데려가도 된다는 차관 승인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례적인 협조였다. 결국 테헤란을 함께 출발했던 모두가 공항으로 향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길이 막혀 귀국하지 못했던 국민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전화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조 장관이 UAE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직접 통화해 영공 개방을 요청한 후, UAE 측에서 화답하며 민항기 재개와 전세기 투입이 가능해졌다. 약 20시간 기다려 사막을 거쳐 가는 대신 UAE 공항에서 안전한 항공로를 확보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전세기 290석을 마련했는데, 100석가량을 비운 채 돌아왔다. 탑승 의사를 밝힌 교민이 이륙 직전까지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대사관에서 공석을 채울 교민을 찾았지만 결국 자리는 끝내 채워지지 못했다.
외교부 제공
◆호르무즈에 갇힌 한국인 180여명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역에 한국 선원 180여명이 갇혀 있는 데 대해 외교부는 식량 등 생활에 필요한 물자가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인근 항구에서 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민간 선박들에는 실습에 나선 해양대 학생들 10명이 승선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르무즈해협 내 민간 선사 선박에 승선 중인 실습생은 10명”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한국해양대 6명, 목포해양대 4명으로 민간 선사 5척에 2명씩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내 해운회사 선박에 승선해 항해사와 기관사 등의 위탁 실습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가 이들에게 하선 의사를 물었지만 모두 선박에 남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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