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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분권 여전히 제자리… “국세 이양·교부세율 인상” 목소리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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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대구=김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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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지방자치 35년

국세·지방세 비중 ‘75대 25’ 편중
지방교부세율도 20년째 19.24%
지자체 43% 인건비도 충당 못해
행정통합 특별법 재정 특례 빠져
“껍데기만 남은 통합” 비판 거세

지자체, 중앙정부 의존도 더 심화
지방교부세율 22%로 단계 인상
국세 이양 통한 ‘3할 자치’ 등 요구
기초단체 ‘5+5+5 재정 분권’ 제시
일각선 ‘재정형평화 장치’ 주장도

지방의회 구성을 통해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5년이 지났지만 재정 분권은 여전히 더디다. 2024년 기준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74.7대 25.3으로 조세 수입의 4분의 3가량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수입만으로 행정·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에서 이전하는 재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광주, 대구·경북,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담겼던 재정 특례와 권한 이양 조항도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대폭 후퇴됐다. 행정통합만으로 지자체의 재정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 22일 광주 서구 풍암동 서빛마루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민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지난 1월 22일 광주 서구 풍암동 서빛마루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민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 35년째 계속돼

 

24일 국세청·관세청의 징수보고서와 행정안전부의 지방세 통계연감을 종합하면 지방자치가 재개된 1991년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79.1대 20.9였다. 2024년에도 74.7대 25.3에 머물러 최근 30여년 동안 재정분권의 진전은 제한적이었다. 지방교부세 법정 비율도 2006년부터 내국세의 19.24%로 묶여 있다. 지자체 재정부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는 행정안전부에서 교부하는 보통교부세가 지자체 재정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공무원 기준인건비 제도 운영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지방세 수입만으로 지방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243곳 중 105곳(43.2%)에 달한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해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49곳(20.2%)이나 된다. 자주재원 비중은 낮고 중앙정부 이전재원 의존도는 높은 지방재정 구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역시 특·광역시 56.7%, 도 36.6%, 시 31.6%, 군 17.7%, 구 27.4%로 나타나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대구·경북 및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보면 지방재정과 사무 권한 이양에 관한 내용은 거의 빠져 있다. 당초 초안에는 국세(법인세·부가가치세) 일부를 통합특별시에 이양하는 내용의 특례 조항이 담겨 있었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모두 삭제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와 관련한 실질적 권한 이양도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남은 조항은 ‘국가가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원칙뿐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도 당초 광주시와 전남도가 요구했던 수준의 재정분권안이 원안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지방채 한도 초과 발행, 통합 특별시 균형발전기금 설치·운영 등 일부 재정지원 근거가 남아있긴 하지만, 보통교부세 별도 배분과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계정 설치 등 지자체 핵심 요구사항은 빠졌다. 결국 전남광주특별시 재정 지원의 구체적 규모와 방식을 정하는 일은 추후 과제로 남았다.

 

행안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중앙정부가 세 특별법안에 담긴 지방자치·재정분권 관련 특례를 수용하지 않은 논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지자체 지원 감소 가능성, ‘5극 3특’ 전략과 정합성, 특별시 출범 이후 자생력 확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행정통합의 실질적 동력이 될 행·재정 특례가 빠지면서 비수도권 지역에선 “껍데기만 남은 통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앞줄 오른쪽)와 이장우 대전시장(왼쪽) 등이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열린 졸속 통합 반대 범시·도민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김태흠 충남도지사(앞줄 오른쪽)와 이장우 대전시장(왼쪽) 등이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열린 졸속 통합 반대 범시·도민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재정·사무 대폭 이양으로 지방분권 실현

 

행정통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회성 인센티브가 아니라 지방세 확충(자주 재원)과 지방교부세율 인상 같은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이 많다. 한국지방재정학회는 지방재정이 13년 만인 2023년 감소세로 들어서고 지방세 수입이 6.2% 감소한 탓에 지자체의 중앙정부 의존도가 더 심화했다고 짚었다. 임상수 조선대 교수(경제학)는 “현 지방재정 여건은 취약하고 지역 간 형평성은 악화한 상태”라며 “자주재원 확대, 국세의 지방세 이양, 지방교부세 세율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자체들은 20년 가까이 19.24%로 고착된 지방교부세율을 22%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세율이 22%로 인상되면 지자체가 활용할 수 있는 보통교부세가 연간 약 9조2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교부세가 용도 제한이 비교적 적은 일반재원이어서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고 부족한 재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와 자치단체장들은 국세 대폭 이양을 통한 ‘3할 자치’를 요구한다. 국가 전체 사무 중 지자체가 맡는 지방 사무 비율이 36.5%까지 높아졌지만, 지방세 비중은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사무와 재정의 불균형이 크기 때문이다.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변하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국세와 지방세를 7대 3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5+5+5 재정 분권’을 제시하고 있다. ‘5+5+5’는 보통교부세율 5% 인상과 지방소멸대응기금 5조원 확대,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 50만원 상향이다. 조재구 협의회 대표회장(대구 남구청장)은 “최근 3년 평균값을 기준으로 27조원의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행정통합시 출범과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재정자립도(자체수입 비율)와 재정자주도(자율적 활용 가능 재원 비율) 등을 고려한 ‘재정형평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별 세수 격차로 재정자립도 불균형이 큰 만큼 중앙정부나 ‘부자 지자체’가 앞장서 이 같은 재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는 “국세 이양과 동시에 재정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지자체는 세수를 내놓고 그 이하인 지자체는 세수를 제공 받는 방식으로 재정 형평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자립도 격차에 따라 지방세로 이양하는 재정에 차등을 두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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