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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미국 진출 ‘급제동’…록히드마틴 철수, K방산 전략 흔들었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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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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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아닌 구조 문제…‘바이 아메리카’ 벽
수조원 사업 접은 록히드마틴 계산
“현지화 없인 불가”…K방산 전략 전환 압박

국산 T-50 훈련기의 미국 진출이 다시 한번 벽에 부딪혔다.

 

단순한 수주 실패가 아니다. 세계 최대 방위산업 시장에서 통하던 기존 전략 자체가 흔들렸다는 신호다.

 

한국 공군 T-50 훈련기가 유도로를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 T-50 훈련기가 유도로를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록히드마틴이 최근 216대 규모의 미 해군 차기 고등훈련기(UJTS) 사업에서 전격 철수를 결정하면서다.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산 기준 충족 어려움’이다.

 

하지만 수익·기술·정치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성능이 아니라 ‘구조’였다”는 것이다.

 

◆기술 분야에서 승산 낮았다

 

록히드마틴이 공식적으로 밝힌 불참 이유는 ‘미국산 제조 기준’ 충족이 어렵다는 것이다.

 

록히드마틴과 KAI가 제시할 TF-50N은 기체가 한국산이다. 록히드마틴이 소프트웨어를 담당해도, 구조물이 한국산이면 기준 충족에 한계가 있다.

 

잠재적 경쟁자인 보잉(T-7A)과 SNC(프리덤 트레이너)는 미국 설계 기반이라 국내 일자리와 공급망 강화를 내세울 수 있지만, 록히드마틴은 이같은 장점을 누리기가 어려웠다.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 해군 UJTS 사업에서 제안하려 했던 TF-50N 훈련기. 록히드마틴 제공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 해군 UJTS 사업에서 제안하려 했던 TF-50N 훈련기. 록히드마틴 제공

기술적 난도도 상당히 높다.

 

미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 등에 따르면, UJTS 훈련기는 항공모함 착함을 위해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 조종사가 항공모함 비행갑판에 착함하는 방식과 유사한 야전 항공모함 착륙훈련(FCLP)을 할 필요도 없다.

 

미 해군은 학생 조종사는 항모 복행 접근까지만 훈련하고, 실제 착함은 후속 단계인 함대 대체 비행대(FRS)에서 실기체로 수행하도록 했다. 대신 조종사가 항공모함 착륙에 대비할 시뮬레이션 기능을 공유해야 한다.

 

미 해군 F/A-18E/F 전투기가 핵항모 제럴드 포드함 비행갑판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미 해군 F/A-18E/F 전투기가 핵항모 제럴드 포드함 비행갑판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문제는 시뮬레이터다. 미 해군 F/A-18과 F-35C에 쓰이는 매직 카펫(공식명 PLM)은 조종사가 항모 비행갑판에 착함할 때, 비행경로를 단순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디지털 비행제어 컴퓨터를 변환한다.

 

조종사는 비행경로만 지정하며, 기체 자세·속도 등은 컴퓨터가 보정하는 방식이다.

 

조종사가 T-50 훈련기 시뮬레이터로 훈련을 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조종사가 T-50 훈련기 시뮬레이터로 훈련을 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UJTS 시뮬레이터는 이같은 상황을 모사해야 한다. 매직 카펫이 탑재된 F/A-18과 F-35C의 모든 물리적·비물리적 움직임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재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파도에 흔들리는 항모의 상태도 모사해야 한다.

 

F/A-18 제작사(보잉)과 F-35C 제작사(록히드마틴)로부터 소프트웨어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록히드마틴 입장에선 경쟁사인 보잉의 긍정적 협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정보 제공이 이뤄져도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바다 위에 떠있는 항모의 상태를 구현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조종사 훈련 방식의 변화도 큰 변수다.

 

기존에는 조종사가 경험을 쌓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훈련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매직 카펫을 사용하는 상황에선 조종사가 기체 시스템을 믿고 판단하는 능력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훈련 평가 기준도 모호하다. 방산업체가 홀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리스크다.

 

미 해군 T-45 훈련기가 항모 비행갑판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 T-45 훈련기가 항모 비행갑판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업 구조 리스크도 원인

 

UJTS의 독특한 사업 구조도 록히드마틴의 참여를 포기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 해군은 엔지니어링 및 제조 개발(EMD) 비용 상한선을 17억 5100만달러(약 2조6000억원)로 정했다. 이를 초과하는 제안은 계약 불가로 판정한다.

 

연도별 지출 한도도 제시했다. 2027 회계연도 5280만 달러, 2028 회계연도 1억8100만 달러다.

 

훈련기 기체와 시뮬레이터 등을 함께 만드는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 상한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보잉이 개발한 T-7A 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보잉이 개발한 T-7A 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보잉의 경우 T-7A 훈련기와 KC-46A 공중급유기 사업에서 이와 유사한 일을 겪고 있다.

 

보잉은 두 사업에서 미 공군과 고정가격 계약을 맺었다. 고정가격 계약은 계약된 금액을 초과하는 개발 및 생산비를 보잉이 떠안는 방식이다. 그런데 보잉은 T-7A와 KC-46A에서 다양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

 

UJTS에서 록히드마틴은 개발 단계에서의 기술적 문제와 그에 따른 재설계, 공급망 확보 등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시뮬레이터는 T-7A보다 더 복잡하다. 여기에 한국산 기체를 기반으로 미국산 부품 비중을 맞추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미 해군의 비용 상한선을 초과할 위험이 커진다. 상한선을 넘기면 탈락이다.

 

미 해군 F/A-18E/F 전투기가 항모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 F/A-18E/F 전투기가 항모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익성 측면에서도 록히드마틴이 UJTS 사업을 놓고 모험을 할 필요성이 낮았다는 지적도 있다.

 

미 국방기술연구소(IDA) 등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방위산업에서 기술 개발 사업 이익률은 원가의 3∼7% 안팎으로 추산된다. UJTS도 이보다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F-35를 중심으로 하는 록히드마틴 항공우주사업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높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F-35·F-16을 담당하는 항공우주 부문 매출은 69억 5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억400만 달러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10.2%에서 8.9%로 하락했다.

 

F-16·C-130 분야의 손실이 하락 원인이라는 평가다. 다만 F-35 유지보수 계약 증가로 손실 폭이 줄어들었다. 

 

주목할 점은 록히드마틴 항공우주부문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떨어졌는데도 미국 방위산업의 일반적인 기술 개발 이익률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록히드마틴이 수주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예상 이익은 낮으며 기술·재정·정치적 리스크가 큰 UJTS에 적극 뛰어들 이유는 크지 않았다. 주도면밀한 비즈니스 계산에 의한 전략적 결정이었고, K방산은 그 후폭풍을 겪은 셈이다.

 

미 해군 T-45 훈련기가 항모 비행갑판에 착륙하기 위해 하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 T-45 훈련기가 항모 비행갑판에 착륙하기 위해 하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방산, 어찌해야 하나

 

록히드마틴의 UJTS 사업 철수는 K방산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KAI가 T-X와 UJTS 사업에서 구사했던 록히드마틴과의 파트너 전략은 T-50의 미국 시장 진입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T-50의 우수한 성능은 T-X와 UJTS 사업에서 다른 후보 기종들보다 앞서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록히드마틴도 UJTS 불참을 알리면서 “T-50은 여전히 뛰어난 훈련기로서 강력한 역량과 미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힐 정도다.

 

문제는 미국 방위산업 시장이 제품 성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 강화로 미국산 부품 비중은 75%까지 높아졌다. ‘바이 아메리카’는 미국 무기도입 사업이 자국 내 공급망과 일자리 등과 연계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UJTS도 이같은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록히드마틴으로선 기체를 한국에서 만드는 기존 협력 구조로는 ‘바이 아메리카’ 기조를 충족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는 향후 미국 시장에 진출할 K방산이 직면할 구조적 장벽이 될 수 있다.

 

한국 공군 T-50 훈련기가 착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 T-50 훈련기가 착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단순한 제품 판매나 성능·가격 경쟁으로는 ‘바이 아메리카’ 장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는 미국 내 현실을 고려하면, K방산은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시장 수요에 맞게 K방산 제품의 부품 구성을 현지 생산품으로 바꾸고, 미국 방위산업과의 협력을 설계·제작·유지보수·투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K방산을 현지화하고 미국 방위산업 시스템에 진입,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T-50 훈련기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앞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T-50 훈련기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앞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방위산업 생태계에 진입하면, 미 의회·산업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만들 수 있다.

 

우수한 제품 성능에 미국 내 일자리 제공과 공급망 강화까지 더해지면, UJTS 사업처럼 밀려날 가능성은 낮아진다.

 

록히드마틴의 UJTS 사업 불참 결정은 세계 최대 방위산업 시장인 미국 시장에 대한 K방산의 접근 방식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제품 판매를 넘어선 철저한 현지화를 서둘러야만,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K방산의 염원을 이룰 날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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